[이효봉의 3D 인터뷰] 두산 김선우 “150km 빠른 공을 버리니 생애 첫 15승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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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7시 00분


70∼80% 힘으로 살아남기 위한 도전완벽한 제구력…기교파로 화려한 성공스플리터 투심 등 주무기…벌써 13승“무브먼트 OK!…남은 목표는 KS 우승”

김선우. 스포츠동아 DB.
김선우. 스포츠동아 DB.
■김선우가 말하는 김선우

○직구를 버려야만 했다

빠른 직구는 김선우의 자존심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절 그는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국내에 복귀한 이후에도 그는 항상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앞세웠다.

“지난해 여름까지도 빠른 공을 포기하지 못했죠. 하지만 올해는 시즌초부터 빠른 공을 버리고 시작했어요.” 그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던 빠른 공을 포기한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지난해부터 몸의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꼈어요. 빠른 공을 던지면서 100개 이상 던지니까 다음 로테이션 때까지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더라구요.” 요즘의 김선우는 마운드에서 70∼80%의 힘으로 공을 던진다.

위기 때도 스피드 대신 공의 변화로 상대와 승부한다. “스피드를 포기하면서 제구력과 무브먼트에 승부를 걸었죠. 마음먹은 곳에만 던지면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최대한 빠른 타이밍에서 승부를 하고 최대한 힘을 비축하며 던지는 게 김선우의 피칭이다. “제가 할 일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가급적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겁니다.” 그는 지난주까지 데뷔후 가장 많은 156.2이닝을 던졌다.

○스플리터와 투심패스트볼

김선우는 국내에서 땅볼을 가장 많이 유도하는 투수다. 올시즌 아웃카운트 470개 가운데 216개를 땅볼로 처리했다. 2위 나이트(넥센)보다 30개가 많고 전체 아웃카운트의 46%다. 김선우가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이유는 스플리터와 투심패스트볼 덕분이다. 변형 체인지업으로 불리는 그의 스플리터는 우타자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진다. 땅볼 아니면 쳐내기 힘들다.

그는 또 모든 직구를 투심패스트볼로 던진다. 빠르기에서는 포심패스트볼보다 떨어지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땅볼을 유도하는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김선우에게 물어봤다. 그럼 이제 포심패스트볼은 안던지느냐고? 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제 포심 패스트볼은 던지지 않습니다.” 김선우에게 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커브와 컷패스트볼도 잘 던진다.

○15승! 한번 해보고 싶다

김선우는 1998년 보스턴 싱글A팀 사라소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14년 동안 그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그리고 한국무대에서 통산 131승을 기록했다. 그동안 한번도 15승을 해본 적은 없다. 지난해 거둔 13승이 프로데뷔 최다승이었고 올해 그는 생애 첫 15승을 꿈꾼다. “한 번도 15승을 목표로 잡아본 적은 없지만 올해는 좋은 기회인 것 같네요.” 2011년 김선우는 풍요롭다. 올시즌 프로데뷔 14년 만의 최다승과 최다이닝, 그리고 최고의 방어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2008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한국타자를 몰랐다. 2009년 11승을 했지만 그저 정신없이 던졌을 뿐이다. 2010년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체인지업을 만들었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직구를 버려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올시즌 5월 김선우는 ‘32이닝 연속 무자책점’을 기록하는 눈부신 피칭을 했다. 방어율을 1.35까지 끌어 내렸다.

하지만 엄청난 추락이 곧바로 이어졌다. 5월25일 LG전에서 5실점을 했고 SK전 4실점,넥센전에서 무려 9실점하며 무너졌다. 32이닝 무자책점투수가 이어진 선발 3경기에서 15이닝 18실점을 한 것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또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았구요.” 올시즌 김선우는 24차례의 선발등판에서 1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23번을 5회 이상 던졌다.

○유일한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김선우의 내년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선발투수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2년일 것이라고 했다. 체력적인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안에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선우는 변했다. 자신의 자존심같은 직구를 버리고 완벽한 기교파 투수가 됐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는 멋지게 해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선발투수 2년은 너무 아쉽다. 적어도 5년은 두산의 ‘SUNNY’로 뛰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산 김선우가 한국 데뷔 4년만에 화려하게 변신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최고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던졌던 그는 요즘 체인지업과 130km대 후반의 투심패스트볼을 즐겨 던진다. 올시즌 김선우는 모든 공을 70∼80%의 힘으로 구사한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150km의 직구를 던질 수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김선우는 “살아남기 위해서 직구를 버렸다”고 했다. 김선우는 대신 완벽한 컨트롤과 변화무쌍한 무브먼트를 갖춘 투수가 됐다. 5가지 구종과 완벽한 제구력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손쉽게 빼앗는다. 김선우는 올시즌 13승7패, 방어율 3.22를 기록하고 있다.

25경기에서 156.2이닝을 던졌고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김선우의 올해 성적은 1998년 미국에서 프로에 뛰어든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김선우의 2011년은 누구보다 값지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WHO 김선우?

▲생년월일=1977년 9월 4일 ▲출신교=내발산초∼신월중∼휘문고∼고려대 ▲키·몸무게=184cm·87kg(우투우타) ▲미국프로야구 데뷔=1997년 보스턴∼2002년 몬트리올∼2004년 워싱턴∼2005년 콜로라도∼2006년 신시내티∼2007년 샌프란시스코▲한국프로야구 데뷔=1996년 OB 2차우선 지명, 2008년 두산 입단 ▲주요경력=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2011년 성적=25경기 13승 7패 방어율 3.22 ▲2011년 연봉=4억원

■김광수 감독대행이 말하는 김선우

“한국서 4년째 …타자 습관 완전정복”

○상대타자를 알고 던진다=한국에 온지 4년째다. 올해는 한국타자를 완벽하게 알고 던진다. 개인의 습관, 스윙궤도, 멘탈적인 부분까지 다 안다.

○스피드 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가 직구를 포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지금도 선우는 마음만 먹으면 150km의 직구를 던질 수 있다.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절제력이다.

○체력관리가 걱정=무릎과 허벅지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이 항상 걱정이다. 오랫 동안 선수로 뛰어주었으면 좋겠다.

■포수 양의지가 말하는 김선우

“투심·스플리터 환상…내년 기대돼”

○고개를 흔들지 않는 고마운 선배=김선우 선배는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들지 않는다. 내가 사인을 내는대로 거의 100% 가깝게 던진다. 너무 고맙고 그래서 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이 공은 못친다 생각했는데…. 그 공을 던지지 않는다=작년 김선우 선배와 처음 배터리를 이뤘을 때 직구가 150km, 체인지업이 140km였다. 이 공은 절대 못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선우 선배는 그 공을 포기하고 강약조절을 선택했다. 정말 강한 투수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김선우 선배의)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는 환상적이다. 올해는 피안타율이 비교적 높은데 내년에는 더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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