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리웠던 그라운드
-오랜만에 출전했어요.(승부조작 파동 이후 홍정호는 거의 두 달 만에 13일 대전과의 K리그 21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실전에 나섰다.)
“아, 정말 뛰고 싶었어요. 한동안 숨이 터지지 않아 헉헉거렸는데, 후반부터는 괜찮았어요.”
-대전전에서 실점이 많았어요.(제주는 대전과 3-3으로 비겼다.)“오랜만에 나서서 그런지 진짜 실점 안하고 싶었는데. 몸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서서히 만들어 가야죠.”
-몸은 어때요?“컨디션은 좋은데, 경기 감각이 떨어졌어요.ㅠㅠ 뛰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간 훈련은 어디서 했어요?“계속 제주에 있었어요. 2군 선수단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올 때) 동료들과는 관계가 어땠어요? “말은 필요 없죠. 그냥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사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변 동료들이 제게 어떤 말을 하진 못하더라도 옆에서 묵묵히 어깨를 두드려 주는데 너무 감격했어요.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믿어준 은사들, 그리고 가족
-박경훈 감독님께 찾아갔다면서요?
“예, 팀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것 같아서요. 직접 찾아뵈었어요. 거의 2개월 동안, 실전을 못했으니까. 팀 내 자체게임만 좀 뛰고 그랬는데, 박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대전전에 뛰어 보라고.”
-다행히 금세 무혐의가 나왔죠?“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기분 좋았죠. 조사를 받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마음도 아팠고요.”
-박경훈 감독께서는 무슨 조언을 해주시던가요?“가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잘 풀릴 것이라고 하셨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더라고요.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시고. 이제 정말 잘해야죠.^^”
-가족들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제 인생의 버팀목이란 걸 깨달았죠.”
-어려울 때도 항상 각급 대표팀 감독들은 여전히 신뢰를 보여줬죠.“박 감독님 외에도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님과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님께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 분들이 있어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선다!-8월10일 한일전 보셨어요?“음, 제가 뛰어도 변화는 없었을 거예요. 다만 운도 없었고, 이것저것 준비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우리 축구가 사실 일본보다 크게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웃음) 그래도 저만 잘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잘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는데, 많이 아쉬웠죠.”
-한일전 직후 ‘홍정호 공백’이 화제였죠.
“그런 말이 나오면 영광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워요. 제가 그런 말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실망을 드리면 안 되죠.”
-친한 동료인 김영권이 일본전에서 발목을 다쳤죠.“곧바로 연락을 했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에요. 영권이랑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에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온 뒤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연락을 했어요.”
-요르단과의 내년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때 실점 때마다 실수를 했죠?“안 풀리려니 정말 그대로 실점이 되던데요. 사실 제가 주장인데, 제 몫을 못해줬죠. 자꾸 외부에서 나오는 소문들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이젠 홀가분하니까요.”
-대표팀이 신뢰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요?“조광래 감독님께선 저의 패싱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수비에서 빠른 움직임도요. 홍명보 감독님의 경우는 일단 청소년 시절부터 함께 해왔고, 그 때부터 수비에서 만큼은 리드를 해온 편이라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일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인생의 반환점이 될 것 같아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를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겸손한 태도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