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18]8월 9일은 ‘한국 마라톤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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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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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적’은 더위였다

9일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담긴 날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고 손기정 선생이 남자 마라톤을 제패했을 때, 그 56년 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다시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가 모두 8월 9일이었다. ‘한국 마라톤의 날’인 셈이다. 9일은 27일 개막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18일 앞둔 시점. 한국 마라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19년 전의 영웅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1)에게서 그때의 감회와 마라톤의 필승전략을 들어봤다.

베를린과 바르셀로나, 대구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여름 날씨가 무덥다는 점. 75년 전 베를린은 섭씨 30도. 19년 전 바르셀로나는 섭씨 28도였다. 마라톤을 하기에는 ‘찜통더위’였다. 대구는 여자 마라톤이 열리는 27일과 남자 마라톤이 열리는 9월 4일 섭씨 30도에서 최고 35도로 예상된다. 황 위원장은 “코스와 날씨 탓을 하면 안 된다. 조건은 똑같다. 다만 모든 환경이 익숙하다는 점에서는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체력과 스피드에서 밀리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는 정신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때는 오후 6시에 출발해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는 시점이었다. 대구에서는 오전 9시에 출발해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레이스를 해야 해 선수들이 훨씬 힘들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19년 전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대결을 벌이며 막판 몬주익 언덕에 이르렀을 때 ‘여기서 지면 나는 끝장이다. 2등을 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모든 승부에서는 죽을 각오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회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손기정 투구 등 우승기념품, 대구서 최초로 한자리 전시 ▼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제11회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뒤 받은 모든 기념품이 우승일인 9일에 맞춰 최초로 한자리에 전시된다. 손기정기념재단과 국립대구박물관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특별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 마라톤 영웅 손기정’을 9일부터 2달간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연다. 금메달, 우승상장, 올리브관을 비롯해 부상이었던 그리스 투구(보물 제904호) 및 필리피데스 조각상 등을 전시한다.

손 선생의 유품들은 그동안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금메달, 우승상장, 올리브관은 육영재단에서 관리하다 2009년부터 손기정기념재단이 소장해 왔다. 우승 기념품인 그리스 투구는 50년 동안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박물관이 보관하다 1986년 손 선생에게 전달했다. 1994년 손 선생이 국가에 기증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됐고 이후 서양 유물로는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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