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삿포르] 어두컴컴한 훈련장…모기는 윙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 내일 한일전…태극전사 적지 일본 입성

숙소서 훈련장까지 40여분 이상 걸려
조명 어두워 동료 위치 파악도 힘들어
조광래감독 “중동보다 환경 열악하다”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10일 한일전을 치르는 조광래호가 8일 적지에 입성했다. 축구대표팀은 이날 오후 7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삿포로 도심 외곽에 위치한 시라하타야마 경기장에서 손발을 맞췄다. 경기 전날(9일) 대표팀에 합류할 셀틱 듀오 기성용과 차두리를 제외한 20명이 모여 담금질에 돌입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피곤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대표팀 관계자들의 마음은 유쾌하지 못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악천후로 항공기 이륙이 다소 지연됐고, 삿포로 치토세 국제공항에 착륙한 뒤에는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선수들의 입국 수속이 한참 늦어졌다. 태극전사 중 ‘캡틴’ 박주영(AS모나코), 정성룡(수원), 김정우(상주), 김영광(울산), 윤빛가람(경남) 등 5명의 수속이 계속 늦어지자 기다리다 못한 박태하 수석코치가 일본인 공항 직원을 데려와 따로 수속을 밟는 해프닝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에서 선수들은 코치진 결정에 따라 룸메이트를 배정받았다. 프랑스에서 함께 뛰는 박주영과 남태희(발랑시엔), 골키퍼 정성룡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같은 방을 쓰게 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원정 평가전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삿포로 중심가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에 여장을 푼 선수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훈련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일본축구협회가 제공한 시라하타야마 경기장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퇴근 시간대와 훈련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무려 40여분 이상 걸려 훈련장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버스 안에서 녹초가 됐다.

이 경기장의 명칭인 ‘시라하타야마(백기산)’는 과거 일본군이 산 높이를 측량할 때 백기를 꽂았다는 데서 유래됐는데, 해발 321.5m에 있어 공기가 좋다는 걸 제외하면 최악에 가까운 환경이었다.

훈련장 내에 라커룸은 차치하고 조명도 매우 어두워 태극전사들은 볼과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조명이 설치된 주변에는 많은 벌레들이 출몰했고, 선수들은 피부에 들러붙는 모기떼를 쫓아내는 이중고를 겪었다.

조광래 감독은 “생전 이렇게 낙후된 훈련장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조명 조도를 높이느라 애를 태운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중동보다 나쁜 환경”이라며 일본의 텃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삿포로(일본)|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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