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룡 “우승 노렸는데… 욕심내다 오버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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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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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 세계선수권 마라톤 한국최고 4위 김재룡 감독

한국은 아직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2007년 오사카 대회 때 마라톤 단체전에서 2위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입상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번외 경기였다. 한국이 거둔 최고 성적은 4위. 김재룡 한국전력 감독(45·사진)이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제4회 대회 때 마라톤에서 거둔 성적이다.

“그때 생각을 하면 아쉬운 게 너무 많아요.” 김 감독은 국내 출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냈지만 만족할 수 없는 대회였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당시 그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어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는 세계선수권이 열리기 1년 전인 1992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2시간9분30초로 우승했고 세계선수권을 넉 달 앞두고 참가한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는 2시간9분43초로 2위를 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개인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2시간17분14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 욕심에 의욕이 너무 앞섰어요.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탈수현상이 생겼죠. 39km부터는 걷다시피 했습니다.” 당시 우승자의 기록이 2시간13분대로 자신의 최고기록에 많이 못 미쳤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날 날씨가 엄청 더웠어요. 섭씨 30도를 넘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예상외로 더워 우승 후보로 꼽혔던 선수들이 고전했다고 한다. 그는 “대구도 여름에 엄청 더운 곳이라 이변이 생길 수 있다”며 “경험이 부족한 우리 선수들이 세계 톱클래스에 비해 기록이 조금 처지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제가 낸 성적이긴 하지만 최고 성적이 메달도 아니고 4위라고 하면 좀 부끄럽잖아요. 후배들이 이번에 꼭 좀 더 나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남자 대표팀 5명 중 정진혁(건국대)에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정진혁은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패기도 넘치고요.” 정진혁은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8초의 기록으로 2위를 했다.

“남자 마라톤이 9월 4일에 열리니 꼭 한 달 남았네요. 후배들이 남은 기간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일 한번 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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