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예쁜 후배들, 코트의 여우로 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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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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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후 지도자 길 걷게 될 ‘한국여자농구 대들보’ 박정은

코트에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지도자의 길로 나서는 박정은이 농구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타이베이=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코트에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지도자의 길로 나서는 박정은이 농구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타이베이=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5년 동안 거의 매일 묶던 농구화 끈이건만 새삼스레 힘이 들어간다. 농구화를 신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운동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불꽃같은 현역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정은(34·삼성생명) 얘기다.

삼성생명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정은은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소속팀에 전념하기 위해 국가대표 유니폼도 반납했다. 최고참 선수, 플레잉코치, 주무 역할까지 1인 3역을 도맡아 하며 마지막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우승과 명예로운 은퇴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윌리엄존스컵 국제여자농구대회에 출전 중인 박정은의 눈빛엔 의욕이 가득했다. 그는 “우승보다 좋은 마무리는 없다. 통합 5연패한 신한은행을 꺾고 왕좌에 복귀한 뒤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며 “이번 존스컵은 그 전초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표는 은퇴 후 삼성생명을 이끌 신예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그는 “후배들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그동안 팀에서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지도자로서의 첫걸음


지난해부터 플레잉코치를 맡은 박정은은 올 시즌에는 코치로서의 역할에 무게중심을 둘 생각이다. 먼저 호칭부터 언니에서 ‘코치’로 바꿨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그 팀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박)정은이는 실패한 여성 지도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성공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코치로서 박정은의 강점은 만능선수로 통했던 현역 시절의 경험이다. 포워드가 주 포지션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드나 센터까지 맡기도 했다. 그는 “센터나 가드를 볼 땐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그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더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정은은 후배들에게 영리한 농구를 전파할 생각이다. 그는 “고교 시절 선생님께서 농구를 잘하려면 사기꾼이 되라고 하셨다. 실제로 농구에서 가장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 상대를 속일 때다”며 “다리가 느려도 뚫을 수 있고 점프가 낮아도 슛을 잘 쏘려면 영리한 농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맏언니, 주무 역할도 척척

박정은은 본격적인 코치 업무를 시작한 뒤 선수단의 생활을 살피고 살림살이까지 챙기고 있다. 대만 현지 숙소 식당에서 쌀밥을 제공하지 않자 밥통을 준비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선수, 코치 그리고 주무까지. 1인 3역을 척척 해내는 만능 농구인 박정은. 하지만 그도 낙제점을 받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배우 한상진 씨(34)의 아내로서의 역할이다. 박정은은 “은퇴 결정을 나보다 힘들게 받아들였을 정도로 농구 선수 박정은을 사랑해주는 만점 남편이다”며 “지금은 빵점 아내지만 1년만 참아주면 50점 이상 되는 아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대표로 윌리엄존스컵 국제여자농구대회에 출전한 삼성생명은 2일 인도에 59-63으로 져 2패째를 당했다. 삼성생명은 3일 오후 6시 일본과 대회 세 번째 경기를 갖는다.

타이베이=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정은은::

△생년월일: 1977년 1월 14일 △체격: 180cm, 67kg △가족: 남편 배우 한상진 씨 △학력: 부산 괘법초-동주여중-동주여상고-경희대 스포츠지도학 학사 △주요 수상: 여자프로농구(WKBL) 2007∼2008, 2008∼2009, 2009∼2010시즌 3득점상, 베스트5 총 9회, 2005년 WKBL 올스타전 최우수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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