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환희]‘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최대 난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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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호 원시림” vs “규정 경기장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곳”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개발될 지역이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보호림’인 것으로 알려져 평창 올림픽 준비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10일 강원도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이 경기장은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중봉지구에 건설될 예정이다. 올림픽에 사용될 10개의 슬로프 가운데 가리왕산 중봉(해발 1433m)을 시작으로 한 3.3km 길이의 남자선수용 슬로프와 하봉(1380m)을 출발점으로 한 2.5km 길이의 여자선수용 슬로프 등 4개가 이곳에 설치된다.

문제는 가리왕산이 ‘국가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는 것. 현재 가리왕산 일대 2400여 ha(약 726만 평)는 산림청이 각종 동식물의 종 보존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한계령 풀, 도깨비부채 등 희귀식물과 분비나무, 신갈나무 숲 같은 원시림이 대규모로 존재해 보존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으로 개발과 입산도 금지돼 있다. 특히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도 서식한다.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환경단체들은 곧바로 “활강 경기장이 건설되면 가리왕산 국가보호림 중 경기장 건설지역과 겹치는 약 10ha(약 3만250평)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올림픽 유치에 신경 쓰느라 환경 훼손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오랜 기간 보존돼 온 원시림을 단기 이벤트인 올림픽을 위해 훼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강원도는 이곳 말고는 국제스키연맹(FIS) 권장 표고(標高)차를 충족시킬 만한 용지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강원도 올림픽유치지원단 최선희 시설지원과장은 “국제 활강 경기장 기준(높이 800m 이상, 길이 3.4km 구간)을 충족시키는 곳은 남한에 가리왕산 중봉지구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일부 구역을 국가보호림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산림청과 논의할 방침이다. 또 보호 수종을 옮겨 심고 삼림 훼손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경기장을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나무를 옮겨 심을 경우 죽을 확률이 높고 경기장 설치 구역에 대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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