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평균자책 2~3점대… 쑥스러운 에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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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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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니퍼트 2.87 그쳐… 3위 윤석민은 3점대
日은 톱5 모두 1점대

‘국보’ 선동열(전 삼성 감독)이 해태에서 맹활약하던 시절. 대학가에서는 ‘선동열 방어율 학점’이라는 말이 있었다. 0∼1점대의 좋지 않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이 자조적으로 쓰던 말이다.

선동열은 세 차례(1986∼87년, 1993년)나 0점대 방어율(이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데뷔 이듬해인 1986년에는 26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처음으로 0점대 평균자책(0.99)을 기록했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200이닝을 던진 투수가 나오지 않는 요즘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성적이다. 평균자책이 가장 좋았던 해는 1993년으로 126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0.78을 기록했다.

0점대 평균자책은 한 경기(9이닝)를 완투하고도 평균 1점도 안 내줬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선동열이 유일하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880년, 1914년 두 차례 나왔을 뿐이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0점대는커녕 1점대 평균자책도 보기 힘들다. 2003년 현대 바워스는 사상 처음으로 평균자책 3점대(3.01)로 1위에 올랐다.

올해 역시 1점대 평균자책은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2점대도 쉽지 않아 역대 두 번째 3점대 평균자책 1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초반 맹활약했던 각 팀 에이스의 실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30일 이 부문 1위 삼성 차우찬의 평균자책은 1.45였지만 5월 30일에는 두산 김선우의 1.94였다. 27일 현재 1위 두산 니퍼트의 평균자책은 2.87이다. 3위 윤석민부터는 3점대로 올라간다. 상위 5명 모두 1점대인 일본이나 1점대 후반∼2점대 초반인 미국에 비해 훨씬 높다. 게다가 지난해 현대 정명원(1998년·1.86)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1.82)을 기록했던 한화 류현진은 올해 3.83으로 치솟았다. 2009년 평균자책 1위 SK 김광현은 평균자책 5.14를 기록한 채 2군에 내려가 있다. 그나마 초반 부진을 털어낸 윤석민 정도가 2점대 평균자책을 노려볼 만하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국 마운드를 이끌어 온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이 은퇴한 뒤 이들의 공백을 메울 베테랑 투수들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마운드의 힘이 떨어졌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활약을 했지만 타자들 역시 분석과 연구를 통해 그들의 투구에 적응했기 때문에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다만 마운드와 방망이는 주기적인 사이클이 있어 조만간 다시 투수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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