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삼성, 소리없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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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7시 00분


배영섭 모상기 손주인…
‘류중일의 아이들’ 떴다
용병 가코 부진 탓 야수진 대거 물갈이

배영섭-모상기-손주인. 삼성라이온즈 제공.
배영섭-모상기-손주인. 삼성라이온즈 제공.
삼성이 예상 밖으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탄탄한 마운드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던 타선이 6월 들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화끈한 공격야구’를 다짐했던 류중일 감독의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삼성 타선이 물방망이에서 불방망이로 대변신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는 ‘야수진의 구조조정’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2군에서 1군으로, 물 만난 ‘류중일의 아이들’

6월 말 삼성 타선에는 지난해까지 주로 2군에 머물던 선수들이 대거 눈에 띈다.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은 배영섭은 올시즌 개막 직후부터 꾸준히 기용되고 있고, 최근 들어선 ‘2군의 이대호’로 불리던 1루수 모상기가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전천후 내야수 손주인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전형으로 각광받던 조동찬이 올시즌 초반 왼손 엄지 부상 탓에 2군으로 내려가자 1군에 승격된 손주인은 어느새 주전 2루수 신명철까지 제치고 류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게다가 뇌진탕 후유증으로 여전히 2군에 머물고 있는 채태인을 대신해 5번 1루수를 굳혀가고 있는 조영훈까지 전임 선동열 감독 시절과 비교해 대대적 물갈이가 고작 반년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의 변심은 왜?

올시즌 삼성의 조용한 구조조정은 사실 류 감독의 당초 밑그림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명유격수 출신의 류 감독은 수비의 달인답게 ‘안전운행’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류 감독이 취임 첫 해 이처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류 감독은 27일 “가코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막 이전만 해도 기존 멤버에 3번 가코만 추가하는 형태로 타선을 구상했다. 하지만 가코가 생각보다 폭발력이 떨어져 이런저런 변화를 꾀하다보니 여러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그렇게 기회를 잡은 조영훈, 모상기, 손주인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은 가코가 1군에서 활약한 이달 12일까지만 해도 팀타율(0.261)과 팀홈런(40개), 팀타점(252개)에서 모두 4위로 평범했다. 그러나 가코의 2군행 이후 팀타율(0.294)에선 2위, 팀홈런(14개)과 팀타점(64개)에선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믿었던 용병 가코의 부진이 역설적으로 류 감독에게 변화를 모색한 계기로 작용했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는 ‘성공작’이라는 얘기다. ‘류중일의 아이들’은 바로 ‘가코발(發) 구조조정’의 수혜자들이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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