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프로야구 파이 키우는 ‘140경기 시대’ 환영”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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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7시 00분


내년 시즌부터 페넌트레이스가 133경기에서 140경기로 확대된다. 프로야구 종사자 64%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현 국내야구 실정상 엔트리 확대와 인프라 구축 등 부수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포츠동아DB
내년 시즌부터 페넌트레이스가 133경기에서 140경기로 확대된다. 프로야구 종사자 64%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현 국내야구 실정상 엔트리 확대와 인프라 구축 등 부수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포츠동아DB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정규시즌 경기수 확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 구성원인 8개구단 단장들은 지난 7일 내년 시즌 일정을 확정하면서 정규시즌을 올해 133경기보다 7경기가 늘어난 140경기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현재 메이저리그가 162경기, 일본프로야구가 144경기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프로야구도 1982년 출범 후 31시즌째에 140경기 체제에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경기수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인 목소리가 상충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페넌트레이스 140경기 확대 어떻게 보십니까’를 주제로 프로야구 종사자 5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기수 확대 찬성 압도적


설문 참가자 50명 중 내년부터 페넌트레이스를 140경기 확대로 전환하는 데 대해 32명(64%)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거의 3명 중 2명꼴로 찬성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14명(28%)에 불과했고, 4명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며 유보의 입장을 나타냈다.

설문 대상자를 세분화해 보면 8개구단 코칭스태프는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과 LG 박종훈 감독 등 단 2명만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각 팀 운영팀장과 마케팅팀장 1명씩 프런트 16명 중에서는 14명이 찬성의 입장을 나타낸 반면 2명만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KBO 관계자와 해설가 10명 중에서는 7명이 긍정, 2명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어떨까. 8개구단 2명씩 총 16명에게 물어본 결과 10명은 찬성, 4명은 반대, 2명은 유보의 입장을 나타냈다. 코칭스태프와 달리 선수들은 오히려 경기수 확대를 반기고 있었다.

○왜 부정적으로 보는가

코칭스태프들은 대부분 “국내 현실상 140경기는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와는 달리 한국프로야구는 주전급 선수와 백업선수의 실력차가 큰 데다, 시즌 중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기량이 더 떨어지는 2군 선수를 올려 경기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결국 경기질의 하락으로 오히려 팬들이 야구를 외면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수층도 얇고 3월 말에 개막해야 하는데 너무 춥다”고 말했고, KIA 최태원 코치는 “단 7경기라고 하지만 이동을 몇 번 더 해야하는가”라면서 “무엇보다 낙후된 구장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 인조잔디 구장만 4개인데 선수들이 다칠까봐 항상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두산 양의지와 KIA 김선빈은 “국내 실정상 133경기가 적당한 것 같다. 140경기는 선수 입장에서는 힘들다. 경기수를 늘리더라도 구장 신축이 이뤄진 뒤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인프라 구축 없이 양만 늘린다고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KBO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우리나라 야구 현실에서 기후 문제도 생각해야 되고, 국제경기라도 있는 해라면 곤란하다”며 걱정의 목소리도 함께 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언젠가는 140경기로 가야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왜 내년부터 갑자기 140경기로 확대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그는 “만약 10구단 창단에 어려움을 겪어 9구단 체제로 간다면 팀당 게임수를 또 줄일 것 아니냐. 메이저리그는 게임수가 항상 동일하다. 경기수가 일정해야 기록 비교도 의미를 지닌다. 게임수가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된다”면서 “10구단이 확정된 뒤에 경기수를 늘려도 될 것을 너무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대호, 류현진, 박용택, 류중일 감독, 김선빈, 양의지 (왼쪽부터)
이대호, 류현진, 박용택, 류중일 감독, 김선빈, 양의지 (왼쪽부터)

○왜 긍정적으로 보는가

경기수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경기수를 늘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운영팀장과 마케팅팀장들은 환영일색이다.

롯데 조현봉 운영팀장은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140경기를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7경기지만 열흘 가까이 페넌트레이스가 늘어난다는 건 파이를 키우는 일이다. 선수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다”고 설명했다. LG 김진철 운영팀장은 “선수가 1군에 많이 뛰면 연봉이 더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 2군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서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팀은 힘들 수도 있지만 선수보강을 위해 구단이 더 노력해야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SK 김찬무 마케팅팀장은 “홈경기 숫자가 똑같아야 형평성 차원에서도 옳다”고 말했다. 현행 133경기 체제에서는 팀간 19차전으로 일정을 짜야하기 때문에 홈경기를 10경기와 9경기로 나눌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넥센 노건 운영홍보 이사는 “구단 입장에서는 새롭게 고민할 부분이 생겼다. 선수들이 최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새로운 과제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한국야구의 발전이고 긍정적인 요소다”고 해석했다.

경기수 확대가 기록을 풍성하게 해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직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200안타 타자와 사실상 종적을 감춘 20승 투수 탄생도 기대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야구의 규모를 늘리는 일이고 기록적으로도 좋다”고 했고, 롯데 이대호, 한화 류현진, LG 박용택 등은 “더 좋은 기록이 나와 한국야구에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층이 얇지만 오히려 선수를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롯데 홍성흔은 “1·2군의 이동도 원활해질 수 있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고, 삼성 차우찬 역시 “내가 2군에 오래 있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2군 선수들도 1군으로 올라갈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또 투수가 9승할 걸 10승도 할 수 있다”며 반겼다.

프로야구가 모처럼 찾아온 흥행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LG 박종훈 감독도 “감독 입장에서 140경기가 버겁기는 하지만 게임이 많다는 것은 팬들 앞에 많이 선다는 뜻이기 때문에 행복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고, 넥센 김수경은 “경기수가 늘어나면 팬들도 좋아하는 선수를 1∼2경기라도 더 볼 수 있지 않나”라며 팬 중심적인 생각을 나타냈다.

○엔트리와 외국인선수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내년부터 팀당 140경기 확대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이에 따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다수가 1군 엔트리와 외국인선수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경기시간만 늘어질 우려도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고, 삼성 이성근 운영팀장도 “일주일 더 경기를 하는 것인데 별다른 후속조치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출장은 25명을 유지하더라도, 투수는 엔트리 말소 후 재등록 시기를 5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외국인선수 확대와 관련해서는 코치와 프런트는 ‘3명 보유, 2명 출장’을 선호했지만, 선수들은 모두 “외국인선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확대된 경기수를 소화하려면 부상방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기수가 늘어나는데 부상자가 많아지면 곤란하다. 시즌 후 인조잔디와 펜스 교체는 필요하지 않은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수들도 잘 생각해야한다. 허슬플레이도 좋지만 쓸 데 없이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거나,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 타구를 잡느라 펜스에 강하게 부딪쳐 다치면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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