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물건너갔다” 절망한 최경주에 캐디 한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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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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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와 캐디 앤디 프로저(왼쪽). 동아일보 DB
최경주와 캐디 앤디 프로저(왼쪽). 동아일보 DB
최경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흐느꼈다.

전담 캐디 앤디 프로저(스코틀랜드)였다. 올해 환갑으로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마저 구부정한 프로저는 최경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흐뭇해했다.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정겨워보였다. 최경주는 "앤디는 내 아내이자 가족이자 형제"라며 "내가 흔들릴 때면 뛰어난 유머 감각과 격려로 즐겁게 해준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16번 홀(파5)에서 최경주는 티샷이 나무에 맞아 위기를 맞은 반면 1타 차 선두였던 데이비드 톰스는 페어웨이에 떨어져 투온을 노릴 만한 상황이었다. 최경주가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절망하는 순간 프로저는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다음 샷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위로해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첫 연장전을 치러 긴장감이 컸다. 프로저는 1987년 닉 팔도(잉글랜드)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할 때 호흡을 맞췄으며 팔도가 198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스코트 호크를 꺾고 정상에 섰을 때도 가방을 멨다. 베테랑 캐디의 풍부한 경험은 최경주에게 큰 힘이 됐다.

최경주는 팔도,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등의 캐디를 맡았던 프로저를 2003년 유럽투어 저먼마스터스에서 만났다. 대회 주최 측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고는 첫 대회부터 우승을 합작한 뒤 8년 가까이 한 배를 타고 있다.

최경주는 연로한 프로저를 위해 캐디백을 가볍게 하며 그가 힘들어하면 과감하게 휴가를 주며 배려했다. 치아 교정 비용도 부담했다.

전담 캐디는 보통 우승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다. 최경주가 이번 우승으로 단일 대회 최다인 171만 달러를 받았으니 프로저의 보너스 역시 생애 최다를 기록하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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