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에 16타…대형참사 당한 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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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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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오픈 1R서 8오버파로 144명중 140위

더블 파(해당 홀 기준 타수의 곱절 스코어), 일명 양파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기분 나쁜 스코어지만 때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양파 이상을 치더라도 기록지에는 대개 양파 스코어까지만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 매치플레이가 아닌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아무리 짧은 거리도 컨시드(일명 퍼팅 OK)없이 홀아웃해야 한다. 재미동포 나상욱(28·타이틀리스트)은 아마추어의 '양파 배려'가 아쉬웠을 것 같다.

15일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의 TPC샌안토니오 AT&T 오크스 코스(파72·752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1라운드. 8번 홀까지 1언더파를 치며 순항하던 나상욱은 9번 홀(파4·474야드)에서 악몽 같은 경험을 했다. 한 홀에서만 무려 12오버파, 타수로는 16타를 친 것이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처음 친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휘어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먹고 다시 티박스에서 드라이버샷을 했지만 이 공 역시 비슷한 위치로 들어갔다. 숲 속에서 무리하게 친 4번째 샷은 나무를 맞더니 자신의 몸에 맞아 또 1벌타를 먹었다. 공은 수풀 속에 깊이 파묻혀 다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추가한 뒤 드롭해서 칠 수밖에 없었다.

7번째 샷부터는 수풀을 탈출할 때까지 스스로도 몇 타를 쳤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필드하키처럼 공을 굴리고 다녔다. 나중에 집계한 결과 13번째 샷만에 겨우 러프지역으로 공을 빼냈다. 이후에도 '악몽의 9번홀'을 마치기에는 3타가 더 필요했다.

9번 홀 스코어가 확정되는 과정도 가히 코미디였다. 나상욱 본인은 14타인 줄 알았다가 대회 조직위로부터 15타라고 통보를 받았고, 라운드 후 비디오를 돌려본 뒤에야 16타인 것을 최종 확인한 것. 하지만 나상욱은 후반에 버디 3개를 잡아 출전선수 144명 중 꼴찌가 아닌 공동 140위(8오버파 80타)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PGA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이지만 나상욱보다 더한 경우도 있었다. 1998년 베이 힐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던 존 댈리는 파 5홀에서 18타 만에 홀아웃을 한 적이 있다. PGA 기록에는 1927년 쇼니오픈에서 토미 아머는 한 홀에서 23타, 1938년 US오픈에서 레이 아인슬리가 한 홀에서 23타를 쳤다.

나상욱은 "억세게 운 나쁜 한 홀이 대회 전체를 망쳐버렸다"며 "만약 2번째 드라이브샷이 수풀에 들어갔을 때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한 번 더 하고 다시 티샷을 했다면 8타 정도로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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