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귀현이 태극마크 보고싶어…” 호흡기 달고 경기장 찾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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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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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평가전에 출전한 올림픽팀 김귀현(오른쪽 사진)과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김귀현의 아버지 김직 씨.
중국과의 평가전에 출전한 올림픽팀 김귀현(오른쪽 사진)과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김귀현의 아버지 김직 씨.
■ 김귀현 아버지 김직 씨

앰뷸런스로 울산행…한때 눈시울도

아들 이름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김직(69) 씨는 힘겹게 팔을 들어 박수를 쳤다. 옆에 앉은 아내 박영덕(59) 씨를 보며 자꾸 운동장 쪽을 가리켰다. 마치 ‘내 아들을 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등번호 16번의 김귀현(21·벨레스)이 입장하자 김 씨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귀현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르만도 코치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올 1월 아르헨티나 1부 리그 벨레스와 3년 계약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생애 처음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된 뒤 부모가 청각장애인이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 씨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시한부 인생은 아니지만 산소공급을 한 시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처음으로 아들 경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전날인 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집을 출발해 30분 이상 배를 타고 무안병원으로 와서 엠뷸런스로 울산에 도착했다. 임자도 주민 50여명도 경기 당일 오전 섬을 출발해 경기장을 찾았다. 김 씨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응원하려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실내로 들어와야 했다. 축구협회 배려로 경기장이 한 눈에 보이는 상황실에서 아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김귀현은 선발 출전해 후반 6분 근육 경련으로 교체 아웃될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부모님과 마을 분들 앞에서 뛰어 영광이다. 시차 적응이 안 돼 후반에 쥐가 났다”며 아쉬워했다. 김귀현은 인천 이모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30일 출국할 예정이다.

울산|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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