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김직(69) 씨는 힘겹게 팔을 들어 박수를 쳤다. 옆에 앉은 아내 박영덕(59) 씨를 보며 자꾸 운동장 쪽을 가리켰다. 마치 ‘내 아들을 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등번호 16번의 김귀현(21·벨레스)이 입장하자 김 씨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귀현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르만도 코치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올 1월 아르헨티나 1부 리그 벨레스와 3년 계약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생애 처음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된 뒤 부모가 청각장애인이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 씨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시한부 인생은 아니지만 산소공급을 한 시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처음으로 아들 경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전날인 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집을 출발해 30분 이상 배를 타고 무안병원으로 와서 엠뷸런스로 울산에 도착했다. 임자도 주민 50여명도 경기 당일 오전 섬을 출발해 경기장을 찾았다. 김 씨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응원하려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실내로 들어와야 했다. 축구협회 배려로 경기장이 한 눈에 보이는 상황실에서 아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김귀현은 선발 출전해 후반 6분 근육 경련으로 교체 아웃될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부모님과 마을 분들 앞에서 뛰어 영광이다. 시차 적응이 안 돼 후반에 쥐가 났다”며 아쉬워했다. 김귀현은 인천 이모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30일 출국할 예정이다.
울산|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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