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토종 최고 거포 나야 나!” 박철우냐 문성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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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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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박철우
현대캐피탈 문성민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다. 삼성화재 박철우(26)와 현대캐피탈 문성민(25)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둘은 처음부터 같은 팀에서 뛸 운명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문성민이 지난해 돌아오기 전까지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토종스타는 박철우였다. 2003년 경북대사대부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실업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그는 ‘김세진과 신진식을 섞어 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다. 2005∼2006시즌 용병제도가 도입된 이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힌 토종 선수는 2008∼2009시즌의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박철우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화재로 옮기자 현대캐피탈은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문성민을 영입했다. 경기대 재학 시절 신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해외에 진출했다는 이유로 1라운드 출전 징계 정지를 받은 문성민은 2라운드부터 이름값에 걸맞은 뛰어난 활약으로 용병 소토를 제치고 팀의 주포로 자리 잡았다.

반면 박철우의 올 시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신치용 감독은 시즌 내내 “박철우가 삼성화재의 배구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며 최고 연봉(3억 원)을 받는 선수를 질타했다. 삼성화재에는 워낙 걸출한 용병 가빈이 버티고 있어 그는 더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팀을 바꿨다고 재능이 사라질까. 박철우는 경기를 거듭하며 삼성화재의 배구에 적응했다. 시즌 후반부터 신 감독의 칭찬도 들었다. 16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서브, 후위, 블로킹 각 3득점 이상)을 달성하며 팀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기선을 잡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박철우와 문성민 모두 상대에 대해 물으면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우리끼리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그래도 라이벌 의식까지 숨길 수는 없다. 지난달 13일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6연패를 끊었다. 이날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해 31점을 올린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 징크스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철우 형이 우리 팀에 있던 지난해 얘기”라고 말했다.

남자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는 23일 천안에서 막을 올린다. 전통의 맞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대결도 흥미롭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만난 박철우와 문성민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관심을 끈다. 둘 중 누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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