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옥석 가릴 전문가 확보 시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3월 10일 07시 00분


8개 구단, ‘반쪽짜리’ 선수 지원책…9구단 엔씨 향후 과제는

■ 지원책 뭐가 문젠가?

보호선수 20명 외 백업 수준 1명 지원
KBO안 보다 대폭 후퇴한 생색내기용
보호선수 50명 2차드래프트 유명무실

■ 그렇다면 해법은?

신인 드래프트 등 선수 수급과정 중요
2년간 1군 전력으로 클 재목 골라내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은 8일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통해 9구단 우선협상자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신생구단의 선수수급을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합의된 신생구단 지원책과 2차 드래프트(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 제도는 차기 이사회(사장단회의)의 의결을 거쳐 올 시즌부터 바로 적용된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총회(구단주회의)의 승인을 얻어 9구단으로 정식 출범하면 당장 올해 9월 5일로 예정된 2012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참여해 팀 구성을 위한 첫 걸음을 떼게 된다.

그러나 실행위원회 합의사항이 발표된 직후부터 여론은 8개 구단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기존 구단들이 ‘생색내기용’에 불과한 지원책을 공모했다는 지적이다. 8일 실행위원회 합의사항의 문제점과 엔씨소프트의 향후 과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8개 구단은 자린고비?

8개 구단은 향후 신생구단이 1군에 진입하기 직전 연도 종료 후 구단별로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 총 8명을 내주기로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올해 2차 이사회 당시 KBO가 제안했던 총 20명(구단별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보호선수 25명 외 1명씩+1∼4위 팀에서 1명씩)에 비하면 대폭적인 후퇴다.

신생구단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1군 즉시전력감의 수급통로가 ‘3차선 도로에서 1차선 도로로 확 줄어든’ 격이다. 2년간 신인 우선지명권 2장과 2라운드 종료 후 특별지명권 5장, 2년간 경찰청·상무의 프로 미지명 선수 우선교섭권 부여 등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합의된 여타 지원책은 사실상 2군 리그 참여를 지원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호선수의 규모도 미흡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1군 등록인원이 26명인 마당에 보호선수를 20명으로 넓히면 신생구단으로선 기껏해야 1·2군을 들락날락하는 백업멤버 수준의 B급 내지 C급 선수를 거액(최소 10억원)의 보상금까지 지불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데려와야 한다.

구단별로 딱 1명씩 지원해주는 선수에 한해서는 적어도 보호선수의 범위를 18명 정도로 좁혀 신생구단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보호선수의 범위는 2차 드래프트에서도 역시 문제가 된다. 구단별로 보호선수를 50명씩이나 묶어놓고, 1억∼3억원의 보상금을 책정해놓으면 2차 드래프트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KBO 관계자 역시 9일 “신생구단에 대한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원이나 2차 드래프트 제도 모두 보호선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는 KBO도 공감한다”며 “2차 드래프트의 구단별 보호선수도 KBO로선 40명 정도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10구단은 어쩌라고….

8일 실행위원회의 ‘반쪽짜리’ 신생구단 지원책은 9구단, 엔씨소프트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KBO가 9구단과 함께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10구단에도 예외는 없다. KBO는 엔씨소프트에게 9구단 우선협상권을 준 지난달 이사회 전부터 경기도내 몇몇 지자체와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10구단 유치전을 펼쳐왔다. 이는 리그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9·10구단을 동시에 1군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8일 실행위원회 합의로 10구단 창단 의사를 지닌 기업들도 한발 물러설 수 있으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창단의 8∼9부 능선까지 다다른 엔씨소프트마저 8일 실행위원회 결과에 대해 내심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니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KBO의 또 다른 관계자는 9일 “엔씨소프트가 ‘아쉽다’는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 인사가 만사!

8일 실행위원회 결과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먹을 것은 적은데 일은 번거로워진’(식소사번·食少事煩) 국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창단작업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 더욱 긴요해졌다. 당장 9월 신인 드래프트와 올 연말 2차 드래프트에서 옥석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가 절실하다.

어차피 1군 전력감은 2013년 이후에나, 그나마도 제한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는 만큼 2군리그에 머물 2012∼2013년의 2년간 1군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만한 재목을 찾고 키워내는 안목과 역량이 필수적이다.

감독과 더불어 기존 구단으로부터 용이하게 추가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 넓은 단장, 될 성 부른 떡잎을 발굴해낼 수 있는 유능한 스카우트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한 이른 시간내에 말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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