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2004년 악몽…그리고 2011년 새 희망 ‘잃어버린 150㎞ 이젠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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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일 07시 00분


‘빅리그 승격’ 들떠 과격 슬라이딩
손목 치명적 부상 빅리그 물거품
전훈서 볼끝 살아나… “우승 자신”

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최근 가고시마 캠프에서 진행된 ‘트윗인터뷰’에서 롯데 송승준은 ‘놀란 라이언의 직구와 팀 웨이크필드의 너클볼,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라이언의 불같은 강속구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렇게 말한 데에는 2004년 겪은 뼈아픈 기억이 녹아 있다.

1999년 미국에 진출, 2001년부터 3년 연속 퓨처스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최고 유망주로 꼽혔던 송승준은 몬트리올 트리플 A 소속이던 2004년 5월 10일, 메이저리그 호출 소식을 접했다.

그토록 원했던 꿈이 현실로 다가선 순간,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는 결정적인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빅리그 승격을 앞두고 나선 ‘마지막 경기’. 그는 타석에서 왼쪽 스탠드를 향해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를 때렸다. 당연히 홈런인 줄 알고 천천히 뛰던 그는 의외로 타구가 펜스를 맞고 나오는 바람에 결국 1루에 멈춰서고 말았다.

빅리그 승격 소식에 들떠 있던 그는 ‘아차’하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타자 내야 땅볼 때 2루로 뛰다 그만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말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투수들은 타자로도 나서지만, 웬만해선 슬라이딩을 하지 않는다. 부상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그는 병살타성 내야 땅볼 때 더블 플레이를 막으려고 2루에 들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양 손을 만세 부르듯 하고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상대 송구를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1루로 볼을 뿌리던 상대 내야수의 송구는 그의 오른 손목을 정통으로 때렸고, 결국 뼈가 부러졌다. 빅리그 승격 소식을 들은 가장 행복한 날, 그는 손목 부상이란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그 전 타석에서 차라리 삼진을 당했더라면 없었을 부상이었고, 그랬다면 그의 야구인생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 이후, 한 때 150km대 후반을 찍었던 그의 불같은 강속구는 더 이상 없었다. 서클체인지업 위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결국 부상 후유증을 이기지 못한 그는 빅리그 승격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송승준은 “그날 당한 부상의 충격은 정말 너무나도 컸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면서 “그래도 이제 조금씩 부상 전의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뛰면서 해가 갈수록 볼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27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이미 정상 페이스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한국 복귀 후 최근 3년간 매년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던 송승준은 “2004년 아픔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 뿐”이라며 또 다른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메이저리거로 뛰지 못한 아픈 과거를 고향팀 롯데에서 우승으로 풀어내겠다는 송승준. 그의 2011년이 기대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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