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농구코트 달군 ‘추억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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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전 유니폼 입고 라이벌 맞대결…

주말 후배의 결혼식에 갔다 트레이드마크인 개량한복 차림을 한 가수 송창식을 봤다. 신랑 아버지와 오랜 교분이 있어 참석했다고 했다. 송창식은 낮밤을 바꿔 살기에 평소 같으면 잠자리에 있을 오후 2시 예식이었지만 혼주 옆에 나란히 서서 하객을 맞이했다. 신랑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송창식에게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하객들이 송창식에게 몰려들어 악수를 하고 사인과 인증샷을 요청했다. 송창식은 가수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등 ‘세시봉 멤버’들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추억의 포크 뮤직으로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삼성과 KCC의 프로농구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창단 33주년을 기념해 이날을 ‘클래식 데이’라고 명명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삼성 선수들은 1980년대 선배들이 입던 별 세 개에 고색창연한 ‘三星電子(삼성전자)’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삼성 출신 간판스타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김현준을 추모하는 장학금 전달식도 있었다.

마침 상대였던 KCC의 전신인 현대는 삼성과 라이벌 관계였기에 자존심 대결도 뜨거웠다. 1000명의 관중을 동원한 KCC 내부에서는 “예전 현대의 녹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경기장에는 올 시즌 최다인 9734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삼성에서 이름을 날린 박인규, 임정명, 김진 등 왕년의 스타들도 초대됐다. 하프타임에는 연예계 데뷔 33주년인 인순이가 등장해 열정적인 무대로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추일승 해설위원은 “코트에서 이런 분위기를 본 적이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이성훈 삼성 사무국장은 “색다른 이벤트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팬들이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찾는 이유는 추억을 되새기거나 감동을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팬 서비스와 흥행의 모범답안은 의외로 쉬운 데 있을지도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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