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직원들 이틀 내내 ‘삽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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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7시 00분


지난해 이어 올해도 50cm 넘는 폭설
경험 살려 클럽하우스 제설에 구슬땀

포항 감독 황선홍. 스포츠동아DB
포항 감독 황선홍. 스포츠동아DB
포항 스틸러스 홍보팀 김태형 대리는 군에서 전역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삽질’을 했다.

포항 지역에 최근 이틀 간 5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송라 클럽하우스 훈련구장에도 눈에 소복하게 쌓였다. 신임 황선홍 감독 체제 하에 하루 두 차례 훈련 중인 선수단에 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 구단 사무국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평소 구단 사무실에서 송라 클럽하우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승용차로 약 20분. 그러나 눈으로 인해 4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김 대리를 비롯한 직원들은 이틀 내내 눈을 치우고 또 치웠다. 잔디 위 눈이 얼어 평소보다 힘이 배로 들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땀이 절로 쏟아졌지만 선수단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포항의 노하우다. 포항은 평소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 아니다. 올해만큼 기록적인 폭설은 아니지만 작년 3월 초 일본 히로시마 산프레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30cm 이상의 폭설이 내려 부랴부랴 제설작전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당시 AFC 감독관이 눈을 부라리며 눈 치우기를 독려해 전 직원이 총동원돼 진땀을 뺐다.

김 대리는 “평소 눈을 보기 힘든 포항 시민들은 이번에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 너무나 많이 고생했다.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아 선수단이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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