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최종 목표는 한국 돌아오는게 아니라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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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 돌아오는 게 아니라 '진출'하는 거죠.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미국프로야구 17년간 여정을 마친 뒤 내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였지만 박찬호(37·오릭스 버펄로스)는 한국에서 현역을 접는, 내년 이후의 그림에 더 관심있는 듯 했다.

박찬호는 21일 강남구 역삼동 '피트니스 박 61' 클럽에서 열린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는 감회와 새 무대 일본에 대한 기대감, 종착역이 될 한국에서의 마무리까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박찬호는 "많은 고민 끝에 일본 진출을 결정했다. 어디서 야구를 하느냐보다 어떻게 야구하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은 경험을 쌓겠다"고 말을 풀어갔다.

"3년 전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내면서 은퇴를 생각했을 때 124승(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을 목표로 삼았고 재기에 도전했다. 올해 최다승을 거뒀기에 빅리그에서 은퇴한다기 보다 그걸 이룰 때쯤이면 은퇴할 시기가 될 것이라 봤다"며 이번 결정이 숙고의 산물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의 마지막은 한국에 돌아와서 끝내고 싶다고 팬들에게 약속했지만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내(재일동포 3세 박리혜씨)가 이왕 일본에서도 해보고 한국에서 끝내는 게 어떻느냐고 조언했고 내 야구 인생에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고 판단, 일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찬호와 일문일답.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계약기간은 1년이고 연봉은 120만 달러를 받는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100만 달러다. 오릭스가 투구 이닝 당 10만원씩 한국의 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 한국인 코치 연수를 수용하고 한국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도 부담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내년 계약이 끝난 뒤 진로는. 4년 만에 돌아온 선발투수에 대한 부담은 없나.

"지난달 오릭스와 처음 만났을 때 선발투수를 맡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게는 엄청난 유혹의 손길이라고 느꼈다. 새 팀을 찾는 데 있어 선발로 도전한다는 것에 큰 비중을 뒀다. 계약기간 1년은 내가 원했다. 대부분 조건도 내가 먼저 제시했다. 1년간 일본 야구를 경험한 뒤 성적과 느낀 점에 따라 2012년 진로가 잡힐 것 같다. 최종적인 목표는 한국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난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아니었기에 복귀보다 진출이 맞지 않나."

-한솥밥을 먹게 된 이승엽과 통화는 했나.

"어제 통화했다. 승엽이가 축하한다고 얘기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내년 2월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더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투타에서 맹활약한 박찬호와 이승엽이 드디어 한 팀에서 뛴다.

"승엽이가 있다는 사실이 오릭스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나도 일본으로 가서 성적이 안 좋다면 그간 쌓아온 명예에 금이 갈 수 있기에 걱정도 했고 주변 분도 반대했다. 하지만 승엽이가 있다는 것이 내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도 승엽이가 거듭나고 재기하는데 도움 줄 수 있다. 해외에 나가면 큰 선수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성적에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기에 외로워진다.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기량이 달라진다. 승엽이와 같이 있으면서 서로 돕겠다. 또 승엽이는 나보다 일본 문화를 많이 경험했고 타자들도 많이 알기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끝낸 아쉬움은 없나.

"많이 아쉽다. 하지만 자꾸 아쉬워하면 끝이 없다. 많은 걸 얻었고 경험했다. 야구인으로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

-현역으로 언제까지 뛸 예정인가.

"욕심 같아서는 오랫동안 뛰고 싶다. 체력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으로 가는 데 가족의 영향이 있었나.

"큰 영향이 있었다. 아내한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애기했을 때 낯설어했다. 다만 내게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느낌이 아내에게는 일본에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일본에 갈 수 있다면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한국에 곧장 들어가면 어려움 겪을 것이기에 한 시즌 정도 일본에서 지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발투수로 욕심은.

"3년간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큰 도전이다. 몇 승을 올린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신경쓰겠다. 이번 겨울에 공 던지는 시점을 앞당겼다. 지금 롱토스를 던지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제대로 하겠다. 3년간 불펜에 있으면서 항상 선발로 복귀를 소망했다. 불펜에 있을 때 선발투수들의 모습에 항상 그리움을 지녔고 오릭스의 선발투수 제의가 설레게 했다."

-빅리그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올해 10월2일 플로리다와 마지막 경기가 가장 강하고 의미 있게 자리한다. 3년간 124승을 목표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고 마침내 꿈을 이루면서 보람을 느꼈다." 그날 3이닝을 던졌는데 1년간 연마해 온 컷 패스트볼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해 갈등을 많이 해줬다. 1994년 첫 등판 때는 흥분감이 넘쳤다.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뛰는데 다리에 느낌이 없을 정도로 흥분했었다.

-일본 야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나.

"일본에서 경험한 미국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정보를 얻었다. 아직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일본 야구를 모르지만 연습량이 많고 타자들은 공을 맞히는 기술이 좋다고 알고 있다. 파워면에서는 메이저리그와 차이가 날 것이다. 빅리그에서는 홈런이 큰 역할을 하는 데 일본에서는 희생타와 작전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이승엽의 조언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오릭스 선택은 곧 빅리그 은퇴를 뜻하는데.

"담담하다. 슬프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더라도 이런 기분일까라고 생각도 해봤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의 끝을 내야겠다라고 미리 발표했다면 마음이 일찍 정리됐겠지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오릭스와 연결이 됐다. 연고지가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시는 오사카다. 도쿄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들었고 한인 동포들이 많았던 로스앤젤레스처럼 오사카에도 동포들이 많이 계셔 기대도 크다."

-메이저리그를 은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4개팀에서 전화가 왔었다. 3팀은 월드시리즈 끝나고 나흘 만에 '관심 있다'고 전화왔지만 이후 구체적인 제의는 없었다. 올해 뛴 피츠버그는 여전히 마이너리그 계약을 원했다. 내가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를 가고 빅리그에서 계속 뛰는 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야지 생각도 해봤다.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 대만 아시아야구 교류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어쩌면 한국과 일본이 단일리그로 교류하는 때도 올 것이다. 그때 미국야구 경험만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좀 더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일본을 택했다."

인터넷 뉴스팀


▲동영상=박찬호 선발 보장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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