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조용한 박지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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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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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스포츠동아DB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 구성과 퍼포먼스가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 현지 언론들도 높은 평가를 하진 않는다.

퍼거슨호의 주축 멤버였던 폴 스콜스는 지난 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레인저스전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당한 후 제대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언 긱스는 교체 멤버로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예전의 날카로운 침투와 드리블은 찾아볼 수 없다. 웨인 루니가 부상에서 돌아오기는 했지만 올 시즌에는 필드 골이 없다.

이런 와중에 오직 박지성만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며 맨유를 선두 자리에 올려놓았다.
최근 8경기에서 공식 기록은 5골-1도움이다.

하지만 발렌시아전에 안데르손의 골 장면처럼 박지성의 강 슛으로부터 시작된 찬스는 공식적인 기록에 올라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지성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 찬스를 놓치지 않는 박지성
긱스가 부상으로 잠시 빠져있는 동안 박지성은 울버햄턴전에서 두골을 성공시키는 원맨쇼로 맨유를 위기에서 구해냈고, 이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줄곧 스타팅 멤버로 출전시키고 있다. 특히 1위 쟁탈전으로 그 무게감이 더했던 아스널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아스널과의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26일 아시안컵을 위해 떠날 것이다. 그리고 7경기 동안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라고 말해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 조용한 박지성
아스널 아센 웽거 감독이 말한 것처럼 박지성은 ‘아주 조용한 선수’다. 경기에서 뛰지 못한다고 감독이나 코치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날카롭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한결같이 인터뷰장으로 나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허점을 되짚어보는 이가 그이다.
그래서 영국 언론은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박지성에게 더 많이 인터뷰를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6년여의 영국 생활 동안 한번쯤은 잡음이 일어날만하다.
루니도 그랬고, 나니도 그랬고, 베르바토프도 그랬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렇지 않다. 조용하다. 그리고 성실하다. 박지성이 골을 넣으면 그 효과는 배가 되어 퍼지는 것 같다.

● 이적 가능성 일축
맨체스터이브닝뉴스의(MEN) 맨유 담당인 제임스 롭슨 기자는 “퍼거슨 감독이 그를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구단 소식통으로부터 접한 소식을 전했다.
세계 최고의 감독이 그를 붙잡고 싶어 하는 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세비야로의 이적설도,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도 박지성이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더 이상 언론의 재료로 도마위에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맨유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지성에게 이젠 우리가 조용하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줘야 할 차례다.

맨체스터(영국) ㅣ 박영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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