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동메달 女축구, 공중증도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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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승부차기 승리이어

3,4위전 완승…亞대회 첫 메달

‘1승 1무 22패 수모’ 말끔히

역대 전적 16승 11무 1패. 태극전사들은 중국만 만나면 발이 가벼웠다. 중국 선수들은 그 반대. 몸은 무겁고 마음은 조급해졌다. ‘공한증’이란 말은 그래서 생겼다. 남자 축구 얘기다.

하지만 여자 축구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직전까지 역대 전적 1승 1무 22패. 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태극낭자들은 “흰색 유니폼을 입은 중국 선수들이 괜히 더 커보였다”고 했다.

22일 광저우 톈허 경기장. 한국과 중국 여자 축구가 3, 4위전에서 만났다. 중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미 한 번 붙은 상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8-7로 이겼다. 그래서일까. 태극낭자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공격수 박희영(고양대교)은 “느낌이 좋다. 이번엔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겠다”며 웃었다. 지소연(한양여대)도 “이미 한 번 이긴 상대다.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고 비행기를 타겠다”고 다짐했다.

‘여전사’들은 약속을 지켰다. 전반 2분 만에 박은정(서울시청)의 패스를 받은 박희영이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은 전반 37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지소연이 쐐기골까지 보탰다. 2-0 완승. 여자 축구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 2006년 도하 대회까지 3차례나 3, 4위전에 나섰지만 모두 4위에 머문 한국은 첫 메달 획득의 감격을 맛봤다.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 유일한 10대인 지소연은 5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지소연은 “동메달이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언니들과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금메달은 일본이 차지했다. 일본은 결승에서 후반 29분 이와시미즈 아즈사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대회 3연패를 노린 북한을 1-0으로 꺾었다.

한편 스트라이커 박주영(모나코)이 연속 골을 터뜨리고 있는 남자 축구는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와 23일 오후 8시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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