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이대훈 “얼짱도 좋지만 ‘바위 같은 몸’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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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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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따고 돌아온 ‘18세 태권왕’

화려한 발차기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태권 소년 이대훈.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낳은 최고의 스타인 그가 22일 한성고 교정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화려한 발차기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태권 소년 이대훈.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낳은 최고의 스타인 그가 22일 한성고 교정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중국 광저우 광둥체육관. 광저우 아시아경기 태권도 결승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의 아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10cm나 작은 태국 선수를 맞아 충격적인 1회전 패배를 당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결승전 상대는 또 태국 선수. 불안했지만 뛰는 가슴을 꾹 눌렀다.

경기 시작 30초 만에 상대에게 불의의 한 방을 허용하며 3점을 뺏겼다. 하지만 이상했다. 극한 상황에 몰리니 오히려 굳었던 몸이 풀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흘러간 2분 3회전. 1점 차 짜릿한 승리의 주인공은 그였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 최연소이자 고교생으론 처음으로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목에 건 이대훈(18·한성고) 얘기다.

○ 얼굴?

금의환향한 이대훈을 22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한성고 교정에서 만났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높은 콧대, 날렵한 V라인 턱선. 중국 여성 팬들의 사인 공세를 불렀다는 잘생긴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선 인기 탤런트 김범을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다고 말을 건네자 “잘생겼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며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10대는 10대. 인터넷에 뜬 사진이 잘 나오면 절로 웃음이 나온단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이 쓰인다. 올해 초 “운동선수들도 스타일 좋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단골 미용실이 생겼다.

○ 몸?

키 181cm에 몸무게 62kg. 호리호리한 이대훈은 유연성이 탁월하다. 전문희 한성고 감독은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해도 물 흐르듯 다음 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이유도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자기 관리까지 철저해 부상도 잘 안 당한다. 그는 2년 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보완할 부분으로 역시 몸을 꼽았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바위 같은 몸을 만들어야죠.”

○ 팔?

이번 대회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 호구가 논란이 됐다. 살짝만 건드려도 점수가 인정되는 장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한국 선수들은 애를 먹었다. 이대훈도 마찬가지. 그는 “앞서 경기한 형들 조언 덕분에 최악은 면했지만 전자 호구 적응이 중요하다고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팔 훈련.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만큼 동선에 맞는 팔 동작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 다리?

이대훈의 다리 길이는 109cm. 쭉쭉 뻗은 ‘롱 다리’로 화끈한 머리 공격을 자주 시도한다. “사람들이 제 경기를 보고 재미있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고교생 이대훈은 금메달로 군대 면제란 보너스를 받았다. “크게 실감은 안 나요. 형들이 부럽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죠.” 그럼 잠깐이라도 군대를 가보는 건 어떠냐고 농담을 던졌다. 특유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돌아온 대답, “그래도 군복보단 도복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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