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에는 특별한 게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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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눈높이부터 다르다. 70m 거리에서 지름 12.2cm의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아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10점을 쏘는 데 만족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점수 계산법은 한 발 더 나간다. 10점 동그라미 안에는 희미한 선으로 그려진 지름 6.1cm의 동그라미가 하나 더 있다. 일명 엑스골드존(X10)이다. 한국 궁사들의 목표는 바로 여기다.

대표선발전 등에서는 이 엑스골드존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동점을 쐈다면 엑스골드존을 더 많이 맞힌 선수가 승리한다.

연습 때도 마찬가지. 양궁에는 소수점 점수가 없지만 한국 대표팀 코치들은 같은 10점을 쏘더라도 엑스골드 존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엑스골드 존에 바짝 붙어 있다면 10.9점, 멀리 떨어져 10점 라인에 붙어있다면 10.1점을 주는 식이다.

21일 열린 한국과 중국의 여자 단체전 결승전 2차 슛오프(연장전)에서 주현정(모비스), 기보배(광주시청), 윤옥희(예천군청)가 연속으로 10, 10, 10점을 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훈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임동현(청주시청), 김우진(충북체고), 오진혁(농수산홈쇼핑)으로 구성된 남자팀도 22일 단체전 8연패에 성공했다.

양궁 대표 선수들은 기상천외한 정신력 훈련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 앞서서는 야구장과 경륜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했고, 제주 서귀포에서는 바람 대비 훈련을 했다. 또 전방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철책 근무를 섰다. 22일 중국 일간지 차이나데일리는 기보배의 말을 인용해 "한국 여자 양궁 팀은 살아있는 뱀을 다루는 담력훈련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 전 얘기다. 1990년 대 초반 특수부대 입소 훈련에서 뱀을 쓴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세계 최강을 지키는 한국 양궁의 이면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숨어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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