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섈 위 댄스? 사랑하며 춤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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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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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亞경기 첫 정식종목 댄스스포츠… 金 2개 이상 노리는 대표팀

스탠더드 퀵스텝에 출전하는 이상민(오른쪽)-김혜인 조가 11일 중국 광저우 쩡청체육관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스탠더드 퀵스텝에 출전하는 이상민(오른쪽)-김혜인 조가 11일 중국 광저우 쩡청체육관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밀착시킨 상체는 부채처럼 휘어졌다 이내 하나가 됐다. 심장이 맞닿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했다. 괜스레 보는 이의 심장마저 쿵쾅거렸다. 심장이 닿았으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도 함께였다. 파트너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손의 곡선은 머릿결보다 부드러웠다. 그들의 손은 맞잡았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어느 손가락은 편 채로 어느 손가락은 굽힌 채로 하나하나 합쳐져 있었다.

11일 중국 광저우 쩡청체육관에서 연습에 한창인 한국 댄스스포츠 대표팀 여섯 커플은 행복해 보였다. 댄스스포츠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번 대회에는 스탠더드 5종목(왈츠, 탱고, 퀵스텝, 슬로 폭스트롯, 빈왈츠)과 라틴 5종목(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 룸바) 종합에 2개, 빈왈츠와 룸바를 뺀 개별 8개 종목 등 모두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전 종목에 출전하며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 사랑하면 춤을 춰라

댄스스포츠 모든 종목은 남녀 커플이 함께 춘다. 두 사람의 호흡은 필수다. 오랜 기간 손을 잡고 몸을 붙인 채 춤을 추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 6커플 중 4커플이 실제 연인 사이다. 한 커플은 헤어졌다가 관계를 회복 중이라고 했다.

퀵스텝에 출전하는 이상민(22)-김혜인(22·여) 커플은 6년째 파트너다.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만났고 그 후로 줄곧 서로의 손만 잡았다. 댄스 파트너가 되고 1년 후에 정말 사랑하게 됐으니 5년 된 연인이다.

김혜인은 “춤을 추다 보면 손가락 하나에도 느낌이 온다. 그 느낌이 잘 맞으면 우리처럼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운다. 김혜인 커플은 연습하는 내내 뭔가 잘 안 맞는 듯 티격태격했다. 둘은 한때 헤어진 적도 있다. 물론 댄스 파트너 관계는 끊지 않았다. 그들은 “일로만 만나면 더 편하기도 했지만 연습 중에 사소한 일로 더 싸우게 된다. 연인일 때나 아닐 때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연인으로 춤추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춤추다가 사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랑부터 하고 춤추기도 한다. 차차차와 자이브에 나서는 김도현(26)-박수묘(23·여) 커플은 용인대 선후배 사이로 만나 연인이 된 지 1년 뒤인 2007년 11월 댄스 파트너가 됐다. 둘은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안다. 김도현은 “무대에 선 1분 30초 동안 그야말로 숨 쉬는 것까지 서로 맞춘다”고 했다.

○ 댄스스포츠는 왜 스포츠일까

제목처럼 물어봤다. 박수묘는 “해보면 안다. 정말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댄스스포츠를 모든 운동이 응집된 종합 경기라고 설명했다. 1분 30초간 펼치는 연기를 위해 근력, 순발력, 유연성 등 신체의 모든 기능이 요구된다. 박수묘 커플은 평소에 헬스, 무용, 필라테스 등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한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탱고와 슬로 폭스트롯에 출전하는 남상웅(26)-송이나(23·여) 커플은 “체력 소모가 정말 많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상웅은 “춤을 추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1분 30초 동안에도 이러다 숨넘어가겠구나 싶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송이나는 “힘들어도 표정은 항상 밝게 웃어야 한다. 그것도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당당한 스포츠로 아시아경기에 이름을 내건 댄스스포츠는 13, 14일에 경기가 열린다. 한국의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이 종목에서 나올 수도 있다. 종목 특성상 이들의 의상에 태극마크는 달려 있지 않다. 하지만 시상대에 오를 때는 무대 의상을 벗고 태극 마크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오른다. 사랑하며 춤추고, 춤추고 사랑하는 국가대표 댄스스포츠 선수들. 이들에겐 삶이 곧 스포츠인 셈이다.

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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