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 공격수 FC 서울 데얀의 ‘코리안 드림’…“올해가 벌써 네번째 추석 지금은 한국이 고향이죠”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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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쉽게 생각하면 오해 선수들 체력 좋아 힘겨워 항상 최고 목표로 전력”
국내 최고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FC 서울의 데얀(왼쪽)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지난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살 연상의 부인 미로슬라바 씨(오른쪽)는 그의 가장 든든한 팬. 요즘은 7개월 된 딸 베트라가 그의 삶의 중심이다. 구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르비아에서 축구할 때는 ‘보스케’로 불렸어요. 여기 와서 제 이름을 찾은 거죠.” 잇몸까지 드러내며 활짝 웃지만 여기엔 FC 서울 외국인 공격수 데얀 다미아노비치(29)의 굴곡진 과거사가 숨어 있다. 옛 유고연방국 가운데 하나였던 보스니아의 모스타르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인 1991년 내전을 피해 세르비아로 ‘도망쳤다’. 유소년클럽을 거쳐 18세 때 세르비아 축구 1부 리그에 진출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이름 대신 보스니아 악센트가 강하다고 보스케로 불렀던 것. 유고연방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1991년을 기점으로 연방을 이뤘던 나라들이 독립해 나가면서 그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민이 됐다. 그가 한국에 와 있던 2007년 두 나라가 갈라섰고 그래서 그의 지금 국적은 몬테네그로다.》
○ 한국은 마이 세컨드 홈

2007시즌을 앞두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계약하면서 한국에 온 그가 찾은 건 이름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용병’이라는 찬사는 곧 성공을 뜻했고 안정된 삶이 뒤따랐다. 세르비아 프로축구판에서 젊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대부분 20세가 되기도 전에 서유럽으로 진출한다. 그는 그 대열에 끼지 못하고 세르비아에서 대여섯 팀을 전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임대선수로 6개월 뛰었다. 처음에 한국은 고국에서 비행기로 14시간이 걸리고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 말고 아는 게 없는 낯선 나라였다. 하지만 성공에 목말랐던 그는 인천의 입단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추석을 앞둔 14일 경기 구리시 그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 그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반듯하고 아담하게 잘 꾸며진 거실 소파엔 7개월 된 딸 베트라가 토끼눈을 하고 있었고 지난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하객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 미모의 부인 미로슬라바 씨(30)는 주방에서 손님을 위해 에스프레소 커피를 준비했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면 이 가족은 단연 주연감이다.

“한국에서 벌써 네 번째 추석을 맞네요.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 해먹고…. 세르비아에도 비슷한 명절이 있어요. 언젠가 저도 고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제 고향입니다.” 그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을 대여섯 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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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공격수의 롤 모델

최근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공격수들이 본받아야 할 선수로 데얀을 꼽는 바람에 그가 또 화제가 됐다. “그 말을 듣고 나선 더욱 전력을 다해 뜁니다. 대표팀 감독에게 좋은 얘기를 듣는 건 무척 기쁜 일이죠.”

인천에서 1년간 19골을 넣은 뒤 그는 FC 서울로 이적했다. 매년 10골 이상은 꾸준히 넣는다. 올 시즌은 25경기에서 벌써 16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키 187cm에 몸무게 81kg. 국내 공격수와 비교해 신체조건이 월등한 건 아니다.

“재능은 있지만 축구가 재능만으로 되는 건 아니거든요. K리그에 와서 ‘내가 더 빨리 달리지 않고, 더 몸싸움을 하지 않으면 골을 넣기 힘들겠구나’라고 느꼈어요. 외국 선수들은 K리그가 선수들의 체격도 작고 쉬운 리그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오해죠. 한국 선수들은 경기 내내 전력으로 뛸 수 있는 체력도 있고 빠르고 쉽게 방향 전환을 합니다. 전에는 감독들에게 ‘넌 기술은 뛰어난데 노력을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국에 와선 점프력이나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 그의 나라는 스포츠 왕국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두 나라 인구를 합쳐도 800만 명 정도로 한국의 6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에 요즘은 테니스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들이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거의가 스포츠맨이에요. 발칸지역의 아무 학교나 들어가 보세요. 점심시간에 학생 90% 이상이 축구나 농구를 하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아무 종목이나 골라잡기만 하면 돼요. 농구? 오케이. 축구? 오케이. 부모들은 다 받아줍니다.” 수십 년간 내전에 휩쓸리고 정치 경제 등 사회 전체가 불안한 발칸 반도에서 스포츠만큼 접근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큰 성공이 따르는 업종도 없다.

뛰어난 선수들은 일찌감치 더 큰 무대로 진출한다. 말하자면 그의 나라는 더 큰 무대로 가기 위한 ‘쇼 케이스’라고나 할까. “한편으론 슬픈 일이죠. 세르비아 프로축구가 재능 있는 선수들을 23, 24세까지 잡아둘 만큼 재정이 뒷받침된다면 리그 수준이 유럽 전체에서 5, 6위는 될 거예요.”

○ ‘아직 배고프다’

그는 한국 공격수들에 대해 ‘골 욕심이 너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주로 젊은 선수들 얘기죠. 경기에서 한 골 넣으면 ‘이제 됐다’고 생각하는지 이후엔 설렁설렁 뜁니다. 전 항상 최고를 목표로 삼고 전력을 다해요. 한국 공격수들이 태도만 바꾼다면 쓸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얘긴 안 나올 거예요.”

당장 목표는 일단 팀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놓는 것. 요즘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경기에서 선수끼리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가 공을 잡았을 때 ‘돌아’ ‘프리(뒤에 사람이 없다는 말)’ ‘패스’ 같은 얘기를 해줘야 경기하기 편해요. 지난 시즌까지는 그게 잘 안됐는데 올핸 아주 좋아요. 제가 득점왕이 되는 것보다 팀이 챔피언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덥다고 웃통을 벗었는데 왼쪽 팔뚝에 한자로 경(敬)과 애(愛) 두 글자 문신이 눈에 띄었다. 등 위쪽엔 세르비아어로 ‘희망’을 뜻하는 문신이 있다. “둘 다 한국에 와서 한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딸 이름을 새길 거예요.”

구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데얀은?

본명=데얀 다미아노비치

출생지=보스니아 모스타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적=몬테네그로(2008년부터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생년월일=1981년 7월 27일

체격=187cm, 81kg

취미=가족과 압구정동에서 쇼핑, 컴퓨터 축구게임(풋볼 매니지먼트)

K리그 주요 기록=
2007년 36경기 19득점 3도움(득점 2위),
2008년 33경기 15득점 6도움(득점 2위),
2009년 25경기 14득점 1도움(득점 2위),
2010년 25경기 16득점 9도움(득점 1위·9월 2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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