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한대화, 한가위 불방망이…타격왕 접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9월 20일 07시 00분


타임트랙- 1990년 추석 연휴엔 무슨일이?

이강돈·노찬엽과 모·사 다투는 3파전
연휴기간 5타수 4안타 몰아쳐 대역전


프로야구팀과 선수들에게 한가위 보름달과 차례상은 사치다. 올해처럼 추석 연휴에 시즌 막바지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팀 순위는 물론 개인 타이틀까지 걸려 있어 추석에도 피 말리는 승부가 펼쳐졌다. 역대 추석 연휴기간 중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명장면을 되돌아본다. 압권은 1990년이다.

1990년 추석은 10월 3일로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요일이었다. 이에 따라 토요일인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6일 연휴가 발생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태 한대화-빙그레 이강돈-LG 노찬엽의 3파전 구도였던 그해 타격왕 경쟁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고 추석 연휴에야 희비가 갈렸다.

노찬엽은 9월 28일까지 타율 0.334로 1위를 달렸다. 그러나 29일 OB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쳐 0.333으로 시즌을 마쳤다. 꼴찌였던 OB가 ‘라이벌 LG에게 타격왕을 내줄 순 없다’며 노찬엽에게 고의4구를 2개나 낸 결과다. 그러자 30일 이강돈이 4타수 2안타로 타율 0.33486(436타수 146안타)을 마크하며 노찬엽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시즌을 끝냈다. 이강돈의 타격왕 등극이 유력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전만 해도 ‘넘버 3’였던 한대화가 불쑥 튀어나왔다. 10월 1∼2일 이틀간 5타수 4안타로 타율 0.33493(418타수 140안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대화와 이강돈은 ‘할푼리’까지 똑같았다. ‘모’를 따져도 이강돈의 타율을 반올림하면 0.3349로 동률. 결국 소수점 아래 다섯 자리인 ‘사’까지 따져 한대화가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그해 추석 연휴에 치열했던 싸움은 비단 타격왕만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다투는 페넌트레이스 1위 경쟁도 연휴의 시작일인 9월 29일 극적으로 결판났다. 8월 말까지만 해도 2위 그룹을 4.5게임차로 따돌리고 정규시즌 1위를 예약한 듯했던 빙그레가 9월 초 김영덕 감독의 종신계약설로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추석 무렵에는 LG와 해태가 각축을 벌였다.

LG는 29일 OB전에서 9회말 선두타자 김동수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1-0 승리를 챙겼다. 같은 날 해태는 인천에서 태평양과 더블헤더를 펼쳤는데 두 게임을 모두 잡아야 했다. 하지만 해태는 제2경기에서 태평양에 2-5로 덜미를 잡혔다. 선수단 회식을 하며 인천 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LG는 만세를 불렀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LG 1위(승률 0.592), 해태 2위(승률 0.579), 빙그레 3위(승률 0.575)로 정리됐다. 김이 샌 해태와 빙그레는 추석 연휴 직후 열린 포스트시즌에서 죄다 4위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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