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배드민턴선수권 ‘더위-도둑-텃세’ 3重苦

  • 동아일보

고현성-하정은, 혼복 4강에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피에르 드 쿠베르탱 체육관은 1937년에 개관됐다.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냉방이 안 돼 선수들은 찜통에 들어온 것처럼 서 있기만 해도 진땀을 쏟았다. 게다가 최근 프랑스에서 배드민턴 인기가 높아져 연일 매진으로 4000명 가까운 관중이 찾아 코트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이용대(삼성전기)는 “마치 사우나에 있는 것 같아 쉽게 지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 대표팀 강경진 코치는 “덥고 습한 환경에 익숙한 동남아 선수들과 체격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이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선수단 지정 숙소인 아디지오1 아파트호텔은 때 아닌 방범주의보가 내려졌다. 대회 개막 직후 대만과 태국 선수들의 방에 도둑이 들어 피해를 봤다. 대만 선수들은 자고 있는 사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지갑에 5유로만 남긴 채 나머지 현금과 카드 등을 모두 털어갔다.

남자단식에 출전한 손완호(인하대)는 프랑스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에 휘말려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럽 심판의 주심 배정이 두드러졌다. 개최 대륙이라는 홈 어드밴티지에 세계배드민턴 무대에서 유럽의 입김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네트 너머 상대뿐만 아니라 더위-도둑-심판 텃세라는 3중고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악조건이 예상된다.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열린 혼합복식 8강전에서 세계 12위 고현성(김천시청)-하정은(대교) 조는 세계 9위인 인도의 브이 디주-구타 알라 조를 2-0(21-16, 21-19)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남자복식 세계 7위 이용대-정재성(상무) 조는 상대 전적에서 최근 8연승을 달렸던 세계 1위 쿠키엔켓-탄분헝 조(말레이시아)와의 8강전에서 71분간의 접전 끝에 1-2(25-23, 13-21, 14-21)로 역전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파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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