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거친 印아트왈 첫 정상…PGA 윈덤챔피언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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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고속도서 스피드경쟁, 상대 숨져 충격
올 투어복귀 대약진… “인도의 최경주” 찬사

2007년 3월 10일. 그의 머릿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날짜일 것이다. 인도의 프로골퍼 아르준 아트왈(37). 그는 당시 미국 올랜도 인근의 아일워스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9홀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임신한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이 기다리던 집을 향했다. 고속도로에 오른 그의 BMW M6 쿠페 차량은 제한 속도 시속 75km 구간에서 한 벤츠 차량과 스피드 경쟁을 벌였다. 160km 가까이 가속을 내던 중 상대 차량이 코너를 돌다 도로를 이탈해 나무와 담장에 연이어 부딪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진 차량 안에 있던 한국계 운전자는 사망했다. 아트왈은 백미러를 통해 이 장면을 목격했다. 현지 검찰로부터 징역 30년을 구형받기도 했던 그는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판결로 사법처리는 면했다. 하지만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양쪽 어깨 부상으로 4개월을 쉬어야 했다. 올해 들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복귀했어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세계 랭킹은 45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더 잃을 게 없던 그는 2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골프장(파70)에서 개막한 윈덤챔피언십에 출전권이 없어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했다. 이번 주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에 강자들이 대거 불참한 사이에 선두를 질주했다. 연습 파트너였던 우즈는 수시로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3일 끝난 최종 4라운드에서 아트왈은 3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2004년 인도인 최초로 PGA투어에 진출한 뒤 오랜 가시밭길 끝에 꿈을 이뤘다. 유럽과 아시아투어를 전전하던 그는 당연히 인도인 최초의 PGA 챔피언에 오르며 ‘인도의 박세리, 최경주’라는 찬사를 들었다.

당초 내년 투어 잔류가 힘들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2년 동안의 투어카드를 확보하며 91만8000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월요 예선 통과자가 챔피언이 된 것은 1986년 프레드 워즈워스가 서던오픈에서 우승한 뒤 24년 만이다.

우즈는 지난해 11월 집 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즈에게 아트왈의 재기는 남의 일 같지 않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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