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닮은 듯 다른 韓-美대통령의 스포츠 사랑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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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선수단을 10일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비슷한 시간인 9일 낮(현지 시간) 2월 슈퍼볼 정상에 오른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두 대통령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 대통령은 테니스, 오바마 대통령은 농구를 직접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청와대와 백악관에 초청된 여자 청소년 축구대표팀과 뉴올리언스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과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 李대통령, 해외서 국위 떨친 대표단 불러 격려

이 대통령은 여자 축구선수들을 격려하면서 “전 경기를 다 봤다. 내가 서울시장일 때 여자 축구팀을 창단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천군만마의 힘이 됐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수들과 셀프 카메라도 함께 찍으며 자상한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엄습으로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에서 슈퍼볼을 차지하며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힘이 된 미식축구팀을 격려했다.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출신 션 페이턴 감독을 가리키면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날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2쿼터에 온사이드킥을 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며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슈퍼볼에서 허를 찌른 페이턴 감독의 작전을 높이 평가했다. 미식축구에서 온사이드킥은 10야드 안팎에서 차는 킥으로 4쿼터 종반에 공격권을 되찾기 위해 주로 시도하는 위험한 작전이다.

이 대통령은 재임 중 스포츠로 국위를 떨친 선수단을 거의 초청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을 한 야구대표팀을 비롯해 7월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대표팀 등이 이 대통령의 격려를 받았다.

○ 오바마, 국내 우승팀 격려… 초청시기도 천천히

미국은 외국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고 백악관에 초청되는 경우는 올림픽선수단 외에는 거의 없다. 반면 국내 스포츠 우승팀들이 초청 대상이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메이저 프로 종목과 대학 우승팀들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게 전통으로 굳어져 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방문 시기가 국내처럼 열기가 남아 있을 때 곧바로 실시되는 게 아니고 팀 사정에 따라 정해지며 선수단은 반드시 워싱턴의 월터리드 육군병원을 방문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뉴올리언스도 2월에 우승을 거두고 2010시즌을 앞둔 8월에 방문했다. 13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방문 시범경기 일정에 맞춰 백악관을 찾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프로리그 우승팀이 청와대에 초청받아 대통령의 격려를 받을 일이 언제쯤 될지 기다려진다.

문상열 기자 로스앤젤레스에서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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