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아버지와 해설이요? 신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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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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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요?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죠."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차두리(30·셀틱)가 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 아버지 차범근 SBS 해설위원(57)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이날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전을 아버지와 함께 2시간여 동안 공동 해설했다. 부자의 공동 해설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4년만. 오랜만의 해설이 어색한 듯 그는 머리를 만지면서 쑥스러워했다.

●아버지와 해설 "신나죠"

오랜만의 축구 해설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아버지가 말을 너무 많이 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해설이 재미있다.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부담은 덜하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보면서 해설하니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과 잘 알고 지낸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루카스 포돌스키(쾰른),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리프 람(이상 바이에른 뮌헨)과는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 그는 "독일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대회 전부터 메주트 외칠, 토마스 뭘러, 제롬 보아텡 등 어린 선수들이 시즌 때 보여준 대로만 해준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며 "그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마디로 쿨하게 경기를 한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끝나고 나니 "아쉬움 남죠"

차두리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펑펑 울었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는 "이번 월드컵은 나에게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있게 대회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런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짐을 놓았다는 점이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많았다. 배낭에 마음의 짐을 싸서 남아공까지 갔다. 너무 큰 짐을 안고 가다 한 순간에 털썩 놓으니 마음이 풀려버렸다"고 밝혔다.

아직 그에게 월드컵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해설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니 관중들의 함성, 부부젤라 소리, 버스로 도착하는 선수들 모습 등 모두가 낯설지 않다"며 "16강전만 잘 했으면 내가 여기 있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셀틱으로의 이적 "우승하고 파요"

그는 월드컵이 끝난 뒤 귀국하지 못하고 바로 영국으로 갔다. 스코틀랜드의 셀틱과 입단계약을 맺기 위해서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셀틱은 기성용이 뛰고 있는 팀이다. 그는 "우승을 하고 싶어 셀틱을 택했다"며 "원래 아버지와 함께 우승하고 싶어 K리그 수원 삼성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웃었다.

함께 팀에서 뛰게 될 후배 기성용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성용이는 현재 적응기일 뿐이다. 팀의 사정상 기용이 안됐을 뿐이다. 감독과 얘기해봤는데 '월드컵 때 했던 것만큼만 하면 문제없다'고 말하며 성용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태극마크 "계속 달고 싶죠"

그는 이번 월드컵을 말하면서 계속 '마지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어떤 선수라도 능력이 되면 뛰고 싶을 것이다. 만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대표팀이 날 필요로 한다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삼십대.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재활치료사. 그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재활에도 관심이 많다"며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재활을 제때 받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재활 쪽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남아공을 출발해 5일 귀국한 그는 "빨리 집에 가서 아내와 딸을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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