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축! 8강 탈락’ 가볍게 볼 수 없는 中누리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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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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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포털사이트 중 한 곳인 왕이(網易·163.com)는 27일부터 중국 누리꾼을 대상으로 한국의 월드컵 8강 탈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28일 오후 4시 현재(현지 시간) 한국의 탈락에 “매우 기쁘다”라는 응답이 4255명으로, “낙담했다”는 응답자 2189명의 약 2배에 이른다. ‘한국팀이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635명은 지지했고 1004명은 반대했다. 한국팀의 투지에 대해 240명은 인정한다는 데 찬성표를 던졌지만 566명은 “수비도 엉망이고 공격도 무기력했다”고 폄하했다.

특히 누리꾼은 이 설문조사에 2600건의 댓글을 달았는데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 내용 중엔 한국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가오리방쯔(高麗棒子·고려봉자)’란 표현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부 포털의 조사 결과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 중국인 대다수의 생각은 이런 조사와 거리가 큰 듯하다. 또 다른 중국 웹사이트(www.searchina.net.cn)의 조사 결과는 왕이와는 크게 다르다. 한국팀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하고 나머지 81%는 △운이 안 좋았다 △한국팀의 활약이 괜찮았으나 한 명의 천재 선수가 부족했다 등 한국팀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한국팀의 8강 탈락과 관련해 “한국이 잘 싸웠으나 아깝게 졌다”고 입을 모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한국팀의 경기는 상당히 훌륭했다. 속도나 경기력 등에서 우루과이보다 나았다”며 “한국팀의 이번 월드컵 선전은 중국 축구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중앙(CC)TV는 “한국팀은 아시아축구팀의 풍격을 보여줬고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칭찬했고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웹사이트인 런민왕(人民網)도 “한국팀은 전체 경기에서 밀리지 않았다”며 “한국팀의 투지는 세계 축구팬들의 존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한국보다 26배나 많은 13억 명의 인구대국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가볍게 흘려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과 한국인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마저 한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최근 중국 내 혐한(嫌韓) 감정을 ‘다양성’을 핑계 삼아 방치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

또 이런 비난의 목소리를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9일 밤 일본과 파라과이의 경기가 열린다. 이 결과를 놓고 한국 인터넷에는 어떤 반응이 오를까. 우리 누리꾼은 좀 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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