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로이스터 감독이 이만수 2군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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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7시 00분


‘무슨 말을 했기에…’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오른쪽)이 5월 28일 문학구장에서 당시 SK 이만수 수석코치(현 SK 2군 감독)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무슨 말을 했기에…’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오른쪽)이 5월 28일 문학구장에서 당시 SK 이만수 수석코치(현 SK 2군 감독)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 에피타이저

‘여섯 다리 건너면 멕시코의 산초하고도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게 빈말이 아닌가 보다. 스포츠동아의 릴레이인터뷰는 최초로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을 인터뷰한데 이어 SK이만수 2군 감독까지 이어졌다. 둘은 메이저리그라는 ‘특수 경험’을 매개로 맺어진 우정을 공유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이 지목한 시점에서 이 감독의 직함은 SK 수석코치였다. 그러나 이후 SK 2군감독으로 전격 이동했기에 감독으로 직함을 달았다.) 한편 이 감독은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삼성 양준혁을 지목해 ‘대구야구 전설들’의 대담이 성사됐다.

● 로이스터 감독이 이만수 2군 감독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의 우정과 친절함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게 훨씬 더 편해져서 당신을 인터뷰 대상자로 선택했습니다. SK와 대결하면 기대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감독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요. 이 감독님은 나보다 경기장에 나오는 걸 더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 같이 보입니다. 다만 너무 아쉬운 것은 이 감독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팬티만 입고 야구장에 나갔을 때 직접 못 본 것 입니다. 2군에서도 성공하시길 바라고 언젠가는 꼭 (1군)감독이 될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감독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SK로와서 지금까지 해낸 것을 아지 기옌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도 아주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 이만수 2군 감독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처음 (수석코치였을 때)에 릴레이인터뷰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응했습니다. 저를 추천해주셔서 영광이고요. 제리 감독(이 감독은 네 살 위인 로이스터 감독을 이름으로 불렀다)은 사석에서 친구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작년 같이 좋은 성적을 내서 부산 팬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아지 기옌 감독에게 제리 감독 이 한국에 왔다고 하자 “잘 안다. 같은 포지션인 유격수였고, 옛날에도 화이트삭스 코치를 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지가 소개해준 덕분에 제리 감독과 빨리 친해졌죠. 이젠 제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감독이다”라고 아지에게 자랑합니다.

다른 팀에서 한명 영입한다면 누굴 고를까요?
“파워+센스 갖춘 넥센 강정호 욕심나요”

Q1. 선수시절 가장 얄미운 상대는?
A1. ‘해태 노이로제’ 걸릴 정도였죠

Q2. 롯데 스타일 고칠점 꼽는다면
A2. 음∼수비 연습량 늘리면 강자

-내가 한국에 와서 제일 큰 걱정 중 하나가 한국 문화를 잘 몰라 한국인들에게 어떤 실수를 하는지를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야구장에서만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에서라도 지금껏 내가 실수한 것이 있는가요? 아니면 어떤 행동을 하면 한국인들에게 큰 실수인지 팁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제리 감독이 미국인이다 보니 의사소통을 중시하더군요. 특히 경기 중 덕아웃에서 가르시아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우리 문화로서는 이색적으로 보이죠. 미국에서는 감독이 투수교체를 하는데 당신이 시작한 뒤 몇몇 한국 감독들도 직접 나가서 바꾸는 것 같습니다. 서로 그렇게 바꾸고 영향주면서 한국 문화에 맞춰가는 것 아닐까요. 또 경기에 져도 웃고 터는 걸 접해 보지 못한 한국 문화에서는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편에서는 ‘감독이 뭐 이래’라고 여기기도 한답니다. 그런 일부만 조심하면 만점 아닌가 싶네요.”

-내가 팀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일에 대해 조금은 바꿨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는가요? 있다면 한 가지만 꼽아주세요.

“한가지라면 수비죠. 롯데의 도전정신 덕분에 오늘의 롯데가 좋은 팀이 되고 팬들한테 어필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아니니까요. 감독님은 혹시 ‘충분히 마이너(2군)에서 수련했으니 (1군에서)게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러나 한국 2군은 마이너에 비해 기량이 떨어집니다. 동물적 감각을 기르려면 훈련밖에 없는 실정이죠. 미국은 게임을 많이 해서 자동 터득하지만 우리는 많이 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유망주들의 수비 연습량을 늘리면 지금보다 더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지 기옌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에게선 어떤 것들을 배웠나요?

“아지 기옌 스타일이 제리보다도 더 쾌활하고 저돌적이죠. 선수한테는 친구 같은 감독이고요. 젊다 보니까 저하고도 농담을 많이 나눈 기억이 납니다. 경기 땐 뜨겁지만, 끝나면 다시 친구죠. 졌어도 잠깐 우울하지만 옷 벗으면 희희낙락하고요. 그러나 우리는 계속 가죠. ‘운동장에서만 침울해라. 다음 경기까지 영향이 가니 털어버리라’는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제 노트북에 저장해 놨습니다. 미국과 한국야구를 잘 섞어서 팬, 프런트, 선수, 언론이 하나로 뭉치면 관중 1000만도 갈 수 있겠죠. 그래서 선수 만나면 언론에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합니다.”

-이 감독은 코치로서 미국에서도 우승, 한국에서도 우승을 차지해봤는데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없나요?

“솔직히 감독을 하기 위해서 꿈을 갖고 미국에 갔고요. SK 올 때 감사한 것은 제리 라인스도프 구단주가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너는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야 된다. 화이트삭스에서 배운 야구로 한국야구를 한 단계 올려라. 미국에 너 같은 코치는 많다. 그러나 한국엔 너 하나뿐’이라고 했어요. 감독은 제리 구단주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선수 시절 땐 힘도 좋고 홈런도 잘 치는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들었습니다. 그 당시 상대팀에서 얄미울 정도로 잘했던 선수가 있었는가요?

“제일 가슴 아픈 게 우승을 한번도 못했어요. 특정선수보다 해태에 노이로제까지 걸릴 정도였죠. 대구와 광주, 지역정서 때문에 강박관념이 더 심했죠. 삼성 팬들 앞에서 우승을 해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SK에도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만약 타 팀에서 한 명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욕심나는 선수가 있는가요?

“아무래도 내야수를 데리고 오고 싶어요. 나주환이 군대에 가게 되면 유격수가 빕니다. 최정 정근우 박정권은 정해져 있고, 외야수는 우리나라 최고고, 포수도 돼 있죠. 넥센 강정호가 제일 맘에 듭니다. 처음에 몰랐던 선수였는데 2년 전부터 확 컸어요. 파워에 발도 빠르고 센스도 있죠.”

-KBO 야수 중 메이저리그 가서 바로 통할 것 같은 선수가 있나요?

“투수는 여럿이 있어요. 김광현, 류현진…. 야수론 우리팀 정근우가 센스가 있고, 지금은 나이 들었지만 박재홍도 (전성기라면) 됐을 거에요. 김현수도 있고. 옛날선수론 조계현(현 두산 투수코치) 같은 스타일이 미국가면 괜찮았을 거예요. 선동열, 김시진 감독도 그렇고요.”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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