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칠레 국기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24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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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스프루트 인근 칠레대표팀 베이스캠프에는 찢어지고 얼룩진 국기가 걸려있다. 국가대표팀 훈련장에서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이렇게 관리하다니?

그러나 누더기 같은 이 국기가 대표팀 뿐 아니라 모든 칠레 국민에게 큰 희망을 전하고 있다. 칠레에게 남아공월드컵은 더 특별하다. 2월 대지진과 해일로 칠레에는 200만 명 이상 이재민일 발생하고 수백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수천여명의 사상자로 온 나라에 울음이 끊이질 않았다.

칠레 대표팀은 월드컵을 통해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하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고 있다. 그리고 온두라스와 스위스를 연파하며 H조 1위를 달리고 있다. 26일(한국시간)스페인과 조별리그 최종경기가 남아있지만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AP통신은 24일 칠레 대표팀 훈련장에 걸린 찢겨지고 얼룩진 국기가 월드컵 2승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이 국기는 2월 대지진 직후 한 남성이 폐허 속에서 찾아냈다. 이후 이 국기의 사진이 전 세계에 전해졌고 대재앙을 극복하려는 칠레의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기 시작했다.

수백만 이재민에게 큰 힘이 됐던 찢어진 국기는 남아공 베이스캠프에 게양됐다. 주장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국기를 보며 큰 아픔을 겪은 우리 국민들을 다시 생각한다. 그들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안겨주기 위해 우리가 월드컵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수비수 왈도 폰세는 “훈련을 끝내고 항상 그 국기를 보러 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큰 힘을 느낀다”고 밝혔다.

찢어진 국기의 힘이었는지 칠레는 12년 만에 출전한 이번 월드컵에서 48년 만에 본선 승리를 국민들에게 선물했다.

48년 전에도 칠레에게 월드컵은 국가 재건의 큰 힘이었다. 칠레는 1960년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대지진으로 온 국토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1962년 자국에서 벌어진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하며 온 나라가 하나로 뭉쳤고 역경을 이겨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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