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못하니 예능에서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1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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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경기장서 예능프로…SBS와 갈등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남아공 현지에 간 KBS2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이 SBS가 뉴스 보도용으로 제공한 동영상을 사용하거나 SBS가 빌려준 뉴스 취재 카드로 경기장에 들어가 예능 프로를 제작한 것에 대해 SBS가 반발하고 나섰다. KBS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SBS는 "취재 카드 회수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남자의 자격'은 13일과 20일 월드컵 한국-그리스전의 경기장 안팎을 촬영한 방송을 내보냈다. 이경규, 김태원, 이윤석 등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쳤고, 한국에서는 SBS 중계 화면을 보고 서기철 아나운서와 이용수 해설위원이 경기를 중계했다. KBS는 SBS가 뉴스용으로 제공한 2분가량의 경기 화면을 편집해 방송에 내보냈고, SBS가 빌려준 취재 카드를 갖고 경기장에 들어가 카메라 2대로 경기장 내 응원 장면을 담았다. 경기 화면은 골 장면과 주요 슈팅 장면에 한정됐지만 중간에 응원 장면을 다수 삽입해 경기 상황을 다룬 방송 분량은 13일 17분, 21일 30분으로 늘어났다.

SBS는 14일 KBS에 공문을 보내 "뉴스 이외의 목적으로 경기 영상이나 취재 카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적했지만, KBS는 이를 무시하고 20일 다시 경기 화면을 방영했다.

'남자의 자격'은 또 SBS의 단독 중계를 비판했다. 서기철 아나운서는 20일 방송에서 "남아공 월드컵이 단독 중계라는 문제로 인해 저희들이 생생한 화면, 경기장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13일 방송에선 한준희 해설위원이 "이번에는 KBS가 중계를 하지 않습니다. 단독 중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이경규는 "저희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응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KBS가 뉴스용으로 제공한 동영상이나 취재 카드를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문제가 지속될 경우 KBS에 줬던 취재 카드 8장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SBS의 중계권을 침해한 것은 맞지만 2분가량의 경기 영상조차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SBS의 지나친 이기주의"라며 "SBS가 취재 카드를 회수할 경우 뉴스 취재진을 남아공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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