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은 약속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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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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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홍수환 복싱챔프 인연
‘평창 올림픽’ 여부도 내년 결정
23일 나이지리아전 열려 촉각

1974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딴 홍수환(꽃다발 건 사람)이 귀국 행사에서 어머니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74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딴 홍수환(꽃다발 건 사람)이 귀국 행사에서 어머니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엄마, 나 16강 먹었어!”

한국 대표팀 선수 어머니들은 23일 이 같은 전화를 받으면 “그래, 대한 국민 만세다”라고 외치면 된다. 23일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열리는 남아공 더반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약속의 땅’이기 때문이다.

1974년 7월 4일 당시 24세의 도전자 홍수환(60)은 더반에서 세계챔피언 아널드 테일러와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매치를 벌였다. 홍수환은 4차례나 다운을 뺏은 끝에 15회 판정승을 거뒀고, 한국 복싱 역사상 두 번째로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에 있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홍수환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말하자 어머니가 “그래, 대한 국민 만세다”라고 답한 일화는 지금도 기억하는 국민이 많다.

더반은 내년에 한국과 또 다른 인연을 맺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원 평창이 유치전에 뛰어든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내년 7월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평창은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무역항인 더반엔 나이지리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7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일방적으로 나이지리아를 응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홍수환은 원양어선 선원들의 응원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축구대표팀에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있다. 복싱 세계챔피언과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이어 겨울올림픽 유치까지. 더반은 한국 스포츠의 성지가 될 수 있을까.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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