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라이프 스토리 ⑤ 김정우] 축구대표팀 김정우 어머니 "탤런트 이연두와 결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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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7시 00분


김정우, 그라운드 밖선 새색시…공만 잡으면 백두산호랑이

여자 친구 이연두(왼쪽)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우. 2007년 처음 만나 현재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가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여자 친구 이연두(왼쪽)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우. 2007년 처음 만나 현재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가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김정우(28·광주 상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 몫을 다 해내는 ‘살림꾼’ 스타일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국내 미드필더 가운데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부평고 2학년 때 전국대회 3관왕에 오른 그는 2003년 울산 현대 입단 첫해 34경기에 출전, 1골3도움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이호와 최강의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하며 울산의 K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 J리그에도 진출했고 나고야 그램퍼스에서 2006∼2007시즌 54경기에 나서 7골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08년 국내로 돌아와 성남 일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외국 생활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남아공으로 향하는 허정무호에 합류했다.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김정우의 어머니 정귀임(55) 씨를 만나 김정우의 시계 바늘을 과거로 돌려봤다.

○육상 선수에서 축구 선수로

김정우는 원래 인천 효성초 육상부 출신이다. 빠른 발을 눈여겨본 당시 부평고 변정수 코치와 인연 때문에 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다. 반에서 10등 이내 성적으로 공부도 곧잘 했던 터라 공부를 시켜 육군사관학교로 보내는 게 집안의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정우 아빠의 반대가 심했지만 정우의 의지가 강했어요. 그래서 저랑 약속을 했어요. 1년 만 (축구를)해서 만약 아니다 싶으면 가정교사를 붙여 줄 테니 다시 공부를 하자고요. 정우도 ‘엄마, 후보로 따라다닐 바에는 축구를 제가 먼저 안 합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믿고 시켰어요.”

김정우는 축구를 시작하자마자 유소년 대표로 발탁되며 발군의 기량을 드러냈다. 재능이 있었다. 부평동중, 부평고에서도 1학년 때부터 3학년 경기를 뛰었다. 정 씨에게 믿음을 심어준 것이다.

○수줍은 소년의 반란

김정우는 차분하고, 수줍어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그라운드 밖에서는 조용한 아이로만 기억됐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일탈’의 시간은 있었다. “중학교 때인데 숙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정우가 사라졌다고요. 종일 찾아도 안보였는데 저녁에 집에 들어와 보니 대문 밖에 서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절친’ 이준기(전남 드래곤즈)랑 여의도 가서 배를 타고 놀았다고 하더라고요. 성격이 소심해서 이 정도가 전부였지 말썽 한번 피운 적이 없어요.”

착한 아들의 모습은 프로 진출과 대학교 진학 가운데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정우의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상당한 빚도 있었다. 이 때문에 안양 LG에서 계약금으로 3∼4억원을 제시했을 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가려고 했다.

“정우가 가족이 생활의 기반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로 가려고 했었죠. 그래도 저는 대학이 우선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정우와 잘 얘기해서 고려대를 최종 선택했어요.”

빠른 발 눈에 띄어 축구부 스카우트, 수줍음 타던 아이 공만 잡으면 변신
2008년 4개월동안 ‘무적상태’ 시련, 복귀 꿈꾸며 밤마다 남몰래 구슬땀

“내년엔 네 여친 연두한테 장가 가라” 어머니는 ‘아들 결혼’ 욕심 내비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김정우. 스포츠동아 DB
김정우. 스포츠동아 DB

시련도 있었다.

2008년 일본에서 돌아와 영국 진출까지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막판에 계약이 틀어졌고, 친정팀 울산과의 관계도 편하질 않았다. 말 그대로 4개월 간 소속이 없는 상태가 됐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어머니 저 축구 그만두고 사업하면 어떨 까요’라고. 축구 밖에 안 한 애가 상처가 심했나 봐요. 하지만 전 아직은 이르다며 다독였습니다.”

김정우는 이 기간 밤마다 친구들과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찼다. 얼굴이 알려져 있어 낮에는 연습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상처는 크게 받았지만 자존심은 살아있었다. 어머니의 말에 다시 한번 투지를 다진 그는 이를 악물었고, 성남 일화와 계약해 다시 한번 힘차게 일어섰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김정우는 그라운드 안팎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그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다. 소심한 성격 때문이다. ‘새색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축구화 끈을 매고 그라운드 안에만 들어서면 맹렬한 호랑이가 된다. 그를 가르친 지도자들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부평동중에서 김정우를 지도한 신호철 감독(당시 코치)은 “밖에서는 그렇게 수줍어하던 애가 축구만 하면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한다”고 회상했다.

내성적인 성격이긴 해도 친구들은 엄청 챙긴다. 낯가림이 심할 뿐 한번 친해지면 누구보다 더 적극적인 우애를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친구들 없이는 못살아요. 항상 겨울에 훈련 없이 쉴 때면 한 달 동안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살았어요. 최성국, 이진우, 김영삼, 신수진 등 많죠. 매일같이 장 봐다 해 먹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아들 키운 재미

김정우는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다. 탤런트 이연두다.

2007년부터 만난 이연두는 김정우뿐 아니라 정 씨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예쁘고 착한 성격에 안부 전화도 자주 한다. 결혼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궁금해 살짝 물었다. 그러자 호탕한 답변이 돌아온다.

“나이가 있으니까 내년에는 결혼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외국에라도 나가게 된다면 결혼하고 나가는 게 좋잖아요.”

마음에 쏙 드는 여자 친구가 다가 아니다. 아들을 잘 키운 재미를 쏠쏠하게 키우는 이유는 또 있다.

“정우랑 같이 고려대를 다닌 동기 모임 뿐 아니라 엄마들도 모임이 있는데요. 아들들이 밥값을 내주면서 모임을 만들어줘요. 고대밥을 먹어서 그런지… 너무 기분 좋죠.”

김정우 프로필

생년월일=1982년 5월9일 출생지=경기도 부천
출신교=봉수초·효성초·부평초∼부평동중∼부평고
신체조건=183cm,71kg 포지션=미드필더 소속=광주 상무
A매치 출전 및 성적=53경기 출전 4골 월드컵 출전경험=없음
주요경력=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 2007년 아시안컵 대표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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