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 가르는 거친 땀내음…‘물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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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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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열린 파로호배 전국카누경기대회 슬라럼 대학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영중(중원대)이 거센 물살을 헤치며 내려오고 있다. 초속 2m 이상으로 흐르는 급류에서 바위 등 장애물을 피해 기문을 통과하며 내려오는 슬라럼은 카누 경기 중 가장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사진 제공 대한카누연맹
25일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열린 파로호배 전국카누경기대회 슬라럼 대학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영중(중원대)이 거센 물살을 헤치며 내려오고 있다. 초속 2m 이상으로 흐르는 급류에서 바위 등 장애물을 피해 기문을 통과하며 내려오는 슬라럼은 카누 경기 중 가장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사진 제공 대한카누연맹
■ 강원 화천 ‘파로호배 전국 카누대회’ 가보니…

20년 경력의 카누 선수에게 “카누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호수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는 카누를 가리켰다. 배 위에 앉은 선수가 노를 저을 때마다 물은 선수의 머리 위까지 튀었다. 흩어지는 물방울은 햇빛을 받아 오색 빛을 뿜어냈다. 햇빛을 받은 수면은 찰랑거리며 배를 흔들었다. 고교 1학년 때 카누를 시작한 남성호(35·부산 강서구청)는 “처음 카누 경기장에 갔는데 배가 나아갈 때 갈라지는 물살이 햇빛을 받아 찰랑거렸다. 그 모습에 푹 빠졌다.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남성호는 동갑내기 팀 동료 문철욱과 짝을 이뤄 26일 강원 화천군 화천호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파로호배 전국카누경기대회 남자 일반부 K-2 1000m에서 3분43초96으로 우승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파로호배 대회는 25일 슬라럼 경기를 시작으로 26∼28일 스프린트 경기가 펼쳐진다.

남성호와 문철욱은 1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국가대표 콤비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출전도 유력하다. 남성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문철욱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연속 출전한 한국 카누의 간판. 그들의 아시아경기 연속 출전 기록보다 놀라운 건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물살을 가른 의지다.

문철욱은 “카누는 어떤 운동보다 정직하다. 땀 흘린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카누 경기에서 밖으로 보이는 건 상체뿐이지만 실제로는 다리도 많은 힘을 쓴다.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 다리는 밀고 상체는 당겨야 한다. 상하체가 팽팽히 당겨질 때면 온몸에 찌릿한 전율이 흐른다는 게 선수들의 얘기다.

햇빛과 물 사이에서 고통과 희열을 온전히 홀로 받기 때문일까. 출전 선수들의 모습은 흡사 물 위의 개척자 같았다. 특히 한쪽 무릎을 배 바닥에 대고 반대편 무릎은 굽힌 자세로 외날 노를 젓는 카누 선수들은 아마존의 사냥꾼을 떠올리게 했다. 카약과 슬라럼 선수들이 스피드를 즐기는 ‘레이싱 뱃사공’들이라면.

거친 뱃사공들의 눈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남성호, 문철욱을 비롯해 해외 전지훈련 중인 6명 등 스프린트 국가대표 15명은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목표로 훈련 중이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서 천인식이 카약 1, 2, 4인승 1000m에서 3관왕을 차지한 이후 금메달이 없다. 김태형 대한카누연맹 사무국장은 “오랜 침체기는 끝났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서는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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