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중 정구팀의 이준희(15·사진)는 쉴 때도 손에서 라켓을 놓지 않았다. 음성중 한연희 코치(38)는 “준희는 라켓만 쥐고 있으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또래보다 큰 178cm의 키에 운동 센스가 좋은 이준희는 촉망받는 정구 유망주다.
라켓만 있으면 행복한 그도 한동안 웃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지난해 9월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였다. 당시 중학교 1, 2학년 선수만 참가하는 대회에서 그는 단체전 우승을 이끌고 개인 단식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회 직후 고열에 시달렸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시기라 병원에 갔는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원주기독병원의 담당 의사는 “앞으로 5년간은 운동을 못할지 모른다.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한 코치는 이 얘기를 전해 듣고 눈물을 쏟았다. 이준희는 울지 않았다.
이준희는 3개월간 입원하며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는 “병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준희와 탄금초교 시절부터 복식 단짝인 동갑내기 송민호는 한 코치의 휴대전화로 종종 이준희에게 ‘친구야, 빨리 나아서 같이 운동하자’고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이준희는 무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2월 말 코트로 돌아왔고 웃음도 되찾았다. 그리고 16일 문경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송민호와 복식에서 짝을 이뤄 단체전과 개인 복식을 석권한 데 이어 17일 개인 단식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이 됐다. 음성중 정구팀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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