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30]지상 최대의 스포츠이벤트 “월드컵 유니폼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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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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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나이키 등 업체들 사활 건 경쟁 치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인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남아공 월드컵 때 한국 축구 대표팀이 입을 유니폼 공개 행사가 화려하게 열렸다. 한국뿐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월드컵 출전국들의 유니폼 공개는 이렇듯 요란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유니폼 공개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유니폼을 각국 축구 대표팀에 입히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는 용품 업체 입장에선 유니폼 공개는 경쟁사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다. 유니폼을 공개하는 날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예비명단 30명이 함께 발표됐다. 월드컵은 ‘축구 전쟁’이면서 한편으론 수많은 기업의 ‘마케팅 전쟁터’이므로.》

월드컵이 마케팅 전쟁터일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는 ‘노출’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TV 시청자는 연인원 380억 명으로 추산됐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는 40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자 수로 따졌을 때 여름 올림픽 못지않은 규모다.

경기 중계 내내 유니폼의 브랜드 로고가 TV 화면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유니폼 후원 시장은 이른바 ‘빅3’인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의 삼파전이 치열하다. 2006년 월드컵 때는 푸마가 12개국, 나이키 8개국, 아디다스가 6개국 유니폼을 후원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아디다스의 약진이 돋보인다. 아디다스가 12개국, 나이키 9개국, 푸마 7개국이다. 나머지 4개국은 엄브로(잉글랜드), 조마(온두라스), 브룩스(칠레), 에리케(북한)가 나눠가졌다. 에리케는 중국 브랜드인데 북한 팀이 워낙 베일에 가려 있는 팀이라 이번 월드컵에서도 에리케가 계속 후원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이들 빅3의 후원국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2년에는 21개국으로 전체 65.6%를 점유했지만 2006년 81.3%(26개 팀), 올해 87.5%(28개 팀)까지 늘었다.

아디다스는 후원국 수에서도 앞서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앞선다. 2006년에는 후원한 6개국이 모두 8강에 올라 마케팅 측면에서 큰 효과를 봤다. 당시 전년도에 비해 축구 용품 매출이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남아공을 비롯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스페인, 다크호스 아르헨티나 등을 후원한다. 아디다스는 또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인 나이키는 또 다른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비롯해 한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미국 등을 후원하고 푸마는 지난 대회 우승 팀 이탈리아를 비롯해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가나, 알제리 등을 후원한다.

각국 대표팀에 자사 유니폼을 입히기 위한 기업들의 뜨거운 경쟁이 후원 비용을 급상승시킨다. 1996년부터 한국 대표팀을 후원하는 나이키는 2007년 10월 한국 대표팀 유니폼 후원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아디다스와 경합이 붙었다. 결국 나이키가 4년 연장 계약을 하고 총액 490억 원(현금 250억 원, 현물 24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연간 100억 원이 넘는다.

올해 초 미국 오리건 주의 지역지인 ‘오리거니안’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라질에 나이키가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1200만 달러(약 138억 원). 아디다스는 독일에 연간 14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지원한다. 일본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시장 규모가 큰 덕분에 아디다스에 연간 1600만 달러(약 183억 원)의 후원을 받는다. 프랑스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까지만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내년부턴 나이키로 갈아입는데 2018년까지 8년 동안 연간 6400만 달러(약 734억 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갈수록 유니폼 후원 가격이 솟구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치열한 유니폼 후원 전쟁에서 어디가 승리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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