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의 안나푸르나(8091m) 등정과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 완등은 한국 여성이 세계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오은선은 2008년 4개, 2009년 4개의 히말라야 고봉(高峰)을 올랐다. 그 전까지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유럽의 여성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등정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한국 여성 산악인들에겐 먼 나라 얘기였다. 따라서 최근 2, 3년간 오은선이 보여준 무서운 속도의 히말라야 등정은 국제 산악계를 뒤흔든 핫이슈였다.
●여성 산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여성 산악인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만큼 기반이 열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993년 여성만으로 에베레스트(8848m) 한국 원정대가 꾸려져 고 지현옥이 한국 여성 최초로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그 후 국내 여성 산악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대부분의 여성 산악인은 남성 위주의 원정대에 한두 명 포함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은선의 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보면 유난히 단독 등정이나 무산소 등정 기록이 많다. 단독 등정이 많은 것은 오은선이 그만큼 남성 위주의 원정대에 의존하지 않은 채 등반을 즐겼다는 얘기다.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은 후아니또 오이아르자발(세계 6번째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걸출한 등반 파트너를 통해 성장했지만 오은선은 오로지 히말라야에게 배우며 주인공으로 섰다.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정은 오래 전부터 AFP, 로이터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외신들은 한국 여성 산악인의 등정 신화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한국, 세계가 주목하는 산악 강국으로
오은선의 14좌 완등을 계기로 국제 산악계는 한국 산악의 힘을 주목하고 있다. 오은선 이전까지 8000m 히말라야 고봉을 모두 오른 산악인은 19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3명(박영석, 엄홍길, 한왕용)으로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많은 완등자를 배출했다.
14좌 완등 산악인을 가장 많이 탄생시킨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 산악인들은 더욱 활발한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 박영석은 현재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다시 한 번 신 루트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클린 마운틴'의 전도사로 꼽히는 한왕용은 히말라야 곳곳을 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 중이다.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한 오은선의 향후 활동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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