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아픔 바라보는 후배의 애틋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4월 26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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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울어야 했던 하루.

후배는 웃고, 선배는 울었다. 제주와 전남의 K리그 9라운드가 열린 25일 제주월드컵경기장. 킥오프 전부터 양 팀 분위기는 대조를 이뤘다.

이전까지 홈 4경기 무패(2승2무)를 달린 제주 박경훈(49) 감독은 느긋했던 반면, 3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전남 박항서(51) 감독은 초조해 보였다.

둘은 한양대 선후배 관계. 제주 박 감독이 신입생 때, 4학년 베테랑이던 전남 박 감독은 주장이고 팀 내 에이스였다. 후배는 선배를 “깔끔 떨고, 옷 잘 입고, 멋을 많이 부렸다”고 기억했다. 비록 같은 방을 쓴 적은 없지만 후배들이 빨래를 깨끗이 빨아 와도 자신이 다시 빨 정도로 전남 박 감독의 ‘결벽증’이 심했다나? 이를 전해들은 선배는 허허 웃더니 “말은 잘해야지. 이젠 후배가 더 무서운데”라고 받아쳤다.

이어진 90분 혈투. 승부는 제주가 전남을 꺾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제주는 4위로 도약한 반면, 전남은 4연패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판정 항의로 퇴장까지 당한 선배를 보는 후배의 마음이 마냥 좋을 수 없을 터. 공교롭게도 일주일 전, 제주는 수원을 2-1로 눌렀다. 2경기 연속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냈다. 더욱이 전남과 수원은 ‘연패 탈출’과 ‘꼴찌 탈출’을 동시에 노려야 하는 처지다. “대학 때 친한 선배였기에 더 미안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나 역시 ‘승부의 세계’에 있으니….”

서귀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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