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최희섭 부활은 조범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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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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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력 높이자” 김상현 4번 전격 배치
5번 희섭 분발 노림수…화답하듯 쾅쾅

KIA 최희섭- KIA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KIA 최희섭- KIA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감독 성향에 따라 각 팀 타순의 색깔이 결정된다. 두산 김경문 감독 같은 경우는 고정 타순을 선호한다. 타순별 역할이 있다고 볼 때, 최적 타자를 찾아낸 뒤 그 역할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최대한 흔들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반면 데이터를 중시하는 SK 김성근 감독은 거의 날마다 타순이 바뀔 정도로 다양한 오더를 짠다. 경기를 앞두고 대개 7∼8가지 오더를 적은 뒤 최종 선택을 한다.

KIA 조범현 감독은 두산 김 감독보다는 SK 김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SK처럼 변화무쌍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카드를 사용한다. 조 감독은 22일 사직 롯데전에 안치홍을 올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자로 기용했다. 하루 전, 시즌 처음 4번 김상현∼5번 최희섭 조합을 선보였던 조 감독은 22일에도 김상현을 4번에 배치했다.

조 감독이 웬만해선 흔들지 않는 ‘붙박이 4번’ 최희섭 타순까지 5번으로 바꾼 건 여러 가지 수가 담겨 있다. KIA는 개막 직후부터 줄곧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아 고전했는데, 그 중에서도 최희섭의 부진이 심각했다. 앞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어도 4번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조 감독은 “첫번째는 팀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아무래도 4번보다는 5번에 서면 희섭이가 부담감을 좀 덜 갖게 되지 않겠느냐”고 타순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조 감독이 노리는 건 또 있다. 4번 타자는 팀의 상징이란 자긍심과 연결된다. 5번으로 밀리면 본인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리 없다. 최희섭은 자존심이 상할테고, 그게 새로운 분발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속내도 깔려있다. 최희섭은 21일 결국 연장 11회 결승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22일에도 7회 1점 아치를 쏘아 올리며 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 감독이 평소보다 요즘 더 오더에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큼 팀 타선이 안 맞고 있다는 뜻. 상대 선발 투수와 각종 기록, 최근 페이스 등을 고려해 타선을 짜는데 개막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공격력 빈곤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테이블 세터는 이용규가 1번, 김원섭이 2번을 맡는 것이지만 이용규는 22일 9번에 배치됐다. “너무 안 맞으니 타순에 손이라도 대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미”라는 게 조 감독의 말이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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