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박종훈 감독 “데뷔승 기쁨 오버액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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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7시 00분


“제 모습이 보기 흉하진 않았나요?”

LG 박종훈(51·사진) 감독은 27일 개막 대구 삼성전에서 연장 11회까지 투수 10명을 몽땅 털어넣는(역대 한팀 최다) 힘겨운 승부 끝에 7-5의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사령탑 취임 후 첫 정규시즌 경기에서, 그것도 막강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을 상대로 거둔 승리인지라 경기 직후 LG 덕아웃은 자축의 함성으로 왁자지껄했다.

박 감독의 데뷔전 승리를 더욱 인상깊게 만든 장면은 4-5로 뒤진 9회초 2사 후 이진영이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서 극적인 동점 우월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나왔다. 타구가 담장쪽으로 날아가자 박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손뼉을 치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환호했다. 때마침 TV 중계화면은 이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 수차례 재방영했다.

28일 경기를 앞두고도 박 감독의 표정은 여전히 상기된 듯했다. 박 감독은 취재진에게 먼저 “덕아웃에서 내 행동이 좀 지나치게 보이진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어제 서울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뒤 아내와 딸이 전화를 걸어와 축하해줬다. 집사람은 그다지 보기 흉하진 않았다고 말하더라”며 살며시 웃었다.

초보 사령탑에게 어떤 승리보다 값진 첫 승을 여러모로 의미 있게 장식한 박 감독이다. LG 구단은 경기가 끝나자 즉각 마무리 오카모토에게서 승리구를 넘겨받았다.

박 감독의 사인을 넣어 기념구로 제작한 뒤에는 구단 사료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루 뒤 경기에서 LG는 삼성에 대패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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