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이 꼽은 1위 ‘숨은공신’…“역시 올드가 골드! 석진욱 투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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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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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주장, 어깨·무릎 등 줄부상 신음
궂은일 도맡아…삼성화재 ‘구심점 역할’
힘든데도 내색하지 않고 정말 잘해줬어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1위 주역 석진욱이 V리그 경기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1위 주역 석진욱이 V리그 경기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정상에 오른 감독이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수훈 선수는 누구입니까.” 드러난 스타 보다는 음지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를 감독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취재진의 의도가 담겨있다.

감독의 대답은 십중팔구 “모두가 잘 해줬다”는 말로 특정 선수를 지목하지 않는다. 맞는 말일지라도, 김이 빠지는 대답이다.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14일. 신치용 감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한 외국인 선수 가빈을 제외하고 누가 수훈 선수입니까.”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는 신 감독의 말대로 역경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된 선수가 궁금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딱히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

그런데 곧이어 신 감독은 취재진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주장 석진욱과 센터 고희진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석진욱(34)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석진욱은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았는데도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지니고 열심히 해줬다. 어깨 부상에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세 차례나 수술을 하는 등 나이 서른 중반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진욱이는 아픈데도 내색하지 않고 잘 해줬다.”

실제로 석진욱의 부상 투혼은 시즌 초부터 얘기된 부분이다. 시즌을 마감하는 시점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코 팀을 이끌며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았다. 석진욱의 트레이드마크는 성실성이다.

레프트로서 공격뿐 아니라 서브, 리시브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고, 주장으로서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왼쪽 무릎이 완전히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수술 후유증이 심한 석진욱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는 어깨 통증도 왔고, 무릎도 안 좋았다. 하지만 후배들과 함께하는 연습을 빠질 수 없었다. 아프다고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석진욱이 생각하는 1위의 원동력은 희생과 배려. 그는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이 희생했고, 동료들을 생각하는 배려가 많은 것이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또 다시 현대캐피탈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선수들이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이상하게도 더 이기려고 한다.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자신 있다.”
석진욱의 부상 투혼이 더욱 빛나는 올 시즌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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