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신 할아버지가 뛰어다니셨다" 허풍 센 中축구팬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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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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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닷컴 캡처
시나닷컴 캡처
“5살 때부터 축구를 봐왔고 올해 36살인데 결국 날 울리네. 난 13억 중국인들이 조그마한 고려놈들에게 굴욕 당하는 걸 믿지 않았어. 중국인이라서 정말 행복해.”

위의 글은 32년간 '공한증'에 치를 떨었던 중국이 10일(한국시간) 동아시아선수권대회 2차전서 한국에 3-0 완승을 거두자 중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시나티위'에 올라온 한 중국 축구팬의 반응이다.

한 축구팬의 반응에서도 느껴지 듯이 중국 대륙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언론과 축구팬들이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온 ‘공한증’을 씻어낸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축구팬들은 한국전 승리를 축하하면서 중국 축구협회와 각 언론사, 포털사이트 등에 기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축구팬들은 언론사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집도 없고 직장도 불안하고 월급도 쥐꼬리에 여자친구도 없다. 하지만 오늘 승리를 계기로 삶의 희망을 얻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장애인이신데 축구를 10여년 보셨지. 그런데 오늘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뛰어다니셨다"는 등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또 축구협회 게시판을 통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월드컵에 나가는 것보다 더 흥분된다”, “마침내 절망에서 벗어났고 공한 치욕의 역사를 종식시켰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통쾌했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특히 최근 승부조작과 도박 등 부정부패 파문으로 믿음을 잃어가던 중국 축구에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축구팬들은 “이번 승리로 승부조작과 도박 파문은 잠시 수면 아래에 있을 것이다”, “부정부패로 인해 선수들이 더 똘똘 뭉친 것 같다”, “부정적인 면은 접어두고 일단 축제를 즐기자”는 등의 글을 올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확에 한껏 고무된 중국 언론들은 경기가 끝나자 마자 한국전 승리를 헤드라인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언론들은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난 뒤 A매치에서 한국을 한번도 이기지 못해 ‘공한증’이란 비야냥을 듣던 중국 축구의 수모를 설욕했다며 중국 축구팀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역사적인 날(Historical breakthrough!)’이라는 제목과 함께 “32년 동안 한국을 이기지 못한 비극이 드디어 희극으로 바꼈다”며 “승부조작과 도박,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중국 축구가 뜻밖의 돌파구를 찾았다. 이날 승리를 이끈 중국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대단한 ‘영웅’이었다”라고 전했다.

중국 국영통신사 신화통신 캡처.
중국 국영통신사 신화통신 캡처.

중국 국영통신사 ‘신화통신’도 “공한 치욕을 씻어냈다”고 대서특필했고, 상하이의 ‘신민만보’ 역시 “3대0 완승으로 한국에 이기지 못하던 32년의 역사를 마감했다"고 환호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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