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이성희 “열 받으면 나홀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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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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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감독들의 스트레스 해소법

감독들의 스타일만큼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삼성화제 신치용 감독(맨 왼쪽)은 비 시즌을 이용해 골프와 등산을 즐기고, GS칼텍스 이성희 감독(가운데)은 조용한 사찰에서 명상으로, KEPCO45 강만수 감독은 사우나에서 사색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스포츠동아 DB]
감독들의 스타일만큼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삼성화제 신치용 감독(맨 왼쪽)은 비 시즌을 이용해 골프와 등산을 즐기고, GS칼텍스 이성희 감독(가운데)은 조용한 사찰에서 명상으로, KEPCO45 강만수 감독은 사우나에서 사색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스포츠동아 DB]
현대인에게 건강의 적은 스트레스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하루하루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는 특히 더한 편이다. 오죽 했으면 최근 미국 스포츠 학계가 발표한 논문 중에 ‘감독직 1년이 수명 5년을 단축 한다’는 내용이 나올까. 배구 감독들도 예외는 아니다. 쉼 없이 계속 이어지는 치열한 승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령탑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스스로를 달래는지 살펴본다. 인터뷰에 응했던 감독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부분의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했다.

●역시 성적…패배 못지않게 선수 관리도 어려워


감독이 물러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성적 부진이다.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코트에서도 벌써 3명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대한항공 진준택 감독, LIG손해보험 박기원 감독, 흥국생명 어창선 감독 모두가 자의든, 타의든 성적 부진이란 사유로 인해 옷을 벗어야 했다.

현직 감독들도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탓에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술, 담배, 탈모, 늘어나는 새치까지 뚜렷한 외부 증세도 있다.

“어렵사리 한 주를 보내고 순위표가 지면에 실린 신문을 볼 때면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란 A 감독의 푸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자존심이란 측면도 크다.

최근 감독직에서 물러난 B 감독은 “(구단과 선수들에 했던) 쉬운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한심했고 쓰라렸다”고 했다. C 감독은 한 두 개피 씩 피우던 담배가 꽁초로 변해 재떨이에 수북이 쌓이고, 텅 빈 담배갑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면 ‘이젠 끊어야지’하다가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담배를 입에 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성적 외적인 부분도 있다.

주로 감독의 의지와 의도에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힘겹다.

D 감독은 “패배보다 의욕 없는 선수를 볼 때가 가장 화가 나고 짜증스럽다”고 했다. E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 마음을 몰라주고 어떤 지시를 했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가 아닌 사생활 등 외적인 일로 걱정거리를 안겨줄 때, 선수들 간의 알력 다툼이나 세력 싸움이 벌어질 때, 사보타주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도 사령탑은 어렵다.

F 감독은 “주로 여자 팀에 많이 일어나는데 경기 후 인터뷰 할 때도 서로 간의 화합이 깨질까봐 특정 선수를 지목해서 칭찬하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술자리 제외하곤 혼자만의 시간이 최고


감독들 대다수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홀로 시간을 보낸다는 공통의 의견을 냈다. 지인들과 소주 한 잔을 할 때도 코칭스태프 등 믿을만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개 배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고 했다.

술김에 속내를 털어놓았다가 자칫 정보가 상대에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감독이란 자리가 시즌 중에는 동종업계 사람조차 가까이 할 수 없는 외로운 직책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영화, 쇼핑 등 취미 생활도 가족이 아니면 혼자 하는 경우가 잦다.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은 홀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그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숙소를 나와 고속도로나 한적한 도로를 타고 운전하다보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돼 좋다”고 웃었다. 불교 신자인 이 감독은 종종 아버지 산소를 찾거나 인근 사찰을 방문하기도 한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주말 골프를 즐긴다. 물론 이는 시간이 허락하는 비 시즌이나 가능한 일이다. 시즌 중에는 가까운 산을 타거나 헬스클럽을 찾는다. 신 감독은 “감정 조절이 안 될 때 등산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린다.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고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우리캐피탈 김남성 감독은 교회에서 기도하거나 성경 잠언을 읽는다.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은 친구들과 낚시와 등산을 한다. KEPCO45 강만수 감독은 “본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다 담배도 끊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사우나에 앉아 사색에 잠긴다”고 나름의 비결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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