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훈련이 ‘번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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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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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거리 제왕’ 볼트, 비시즌에 400m 출전 왜?

우사인 볼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200m 준결승에서 스타트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사인 볼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200m 준결승에서 스타트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1. 2004년 3월 일본 육상 단거리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 도카이대 교수가 한국에 와 단거리 유망주를 지도할 때 일이다. 300m 전력 질주 20회를 시키자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길어야 200m를 달렸던 선수들에게 300m는 엄청나게 긴 거리였고 한 명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2. 2009년 2월 22일 자메이카 킹스턴 국립경기장. 100m와 2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베이징 올림픽 3관왕 우사인 볼트는 국내 대회 400m에 출전해 45초54로 우승했다. 볼트는 “400m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훈련한다”고 말했다.

400m 전력질주할 수 있어야
100-200m 쉽게 달릴 수 있어
잔디훈련도 다리 잔 근육 강화

볼트는 14일 자메이카 킹스턴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국내 대회에서 다시 400m에 출전한다. 지난해 9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월드어슬레틱스파이널 이후 5개월 만의 출전을 주 종목이 아닌 400m로 잡았다. 2007년 세운 45초28이 자신의 최고기록으로 세계기록(43초18)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가 400m에 나서는 이유는 100m와 200m를 더 잘 달리기 위한 것이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운동생리학)는 “트레이닝 방법론에 과부하의 원리가 있다. 300m와 400m를 전력 질주로 소화할 수 있으면 100m와 200m는 더 쉽게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야카와 교수도 “200m를 소화하기 위해선 300m 이상을 전력 질주할 능력이 있어야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베를린 세계선수권 200m 결승에서 19초19의 경이로운 세계기록을 세울 때 볼트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된다. 볼트는 200m 결승선을 지나고도 수십 m를 더 달리면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비해 다른 선수들은 결승선에 주저앉는 선수도 있었다. 볼트는 한 번 더 200m를 달려도 될 만큼 생생해보였다. 볼트는 100m에서도 9초58의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단거리에 400m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단거리의 전설’ 마이클 존슨(미국)도 보여줬다. 400m 전문이면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0m에서 19초32의 경이로운 세계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19초30을 뛴 볼트에 의해 12년 만에야 깨졌다. 그만큼 단거리에서 ‘장거리’ 훈련은 중요한 셈이다.

볼트가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된 배경엔 잔디 트랙 훈련도 있다. 대표급 선수들이 훈련하는 자메이카공대 상급자훈련소(HPTC) 트랙은 잔디다. 볼트는 평소 이 잔디 트랙에서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할 때쯤이면 육상 전용 트랙에서 훈련한다. 단거리 대표팀과 함께 자메이카 전지훈련을 다녀온 서말구 전 감독은 “잔디는 표면이 불규칙해 발과 다리의 잔 근육을 키워준다. 또 지면이 부드러워 같은 훈련이라도 더 힘들어 효과는 더 크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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