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임오경 감독, 프로들도 놀란 발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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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7시 00분


“핸드볼이든 축구든…게임메이커는 내 운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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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생순’의 실제 모델인 임오경(39·사진) 서울시청 감독은 핸드볼 뿐만 아니라 축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임 감독이 축구와 인연을 처음 맺은 때는 정읍여고 시절. 핸드볼팀은 코트에서 축구공을 차며 훈련의 지루함을 달랬다. 한국체육대학 진학 이후에는 같은 학교 안의 남자 복싱팀과 남자 유도팀에게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자핸드볼팀이 승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태릉선수촌 불암산 종주에서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여자부 상위권을 독차지해 왔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축구였다.

임 감독은 1994년, 한국체대 졸업과 동시에 일본 히로시마로 떠났다. 노정윤(39)이 일본프로축구 히로시마 산프레체를 우승으로 이끌던 해였다. 임 감독의 스카우트와 함께 2부 리그에 있던 히로시마 이즈미(현 메이플 레즈)는 1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됐다. 마침내 1996년에는 25세의 어린 나이에 플레잉 감독 자리까지 꿰찼다. 이 때부터는 팀 훈련 시간 중 축구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핸드볼과 축구는 손과 발로 한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 거친 몸싸움과 패스 게임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 임 감독의 설명. 축구 덕(?)인지 히로시마는 임 감독의 취임 첫해 우승을 차지했다. 임 감독이 강연회를 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핸드볼팀을 방문한 산프레체 소속 프로축구 선수는 임 감독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여자의 실력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시청에 새 둥지를 튼 뒤에도 임 감독은 축구를 즐긴다.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전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워밍업 차원에서 선수들과 땀을 흘린다. 돌파력과 어시스트가 뛰어났던 그녀의 핸드볼 스타일처럼, 축구화를 신었을 때도 임 감독은 게임메이커를 자청한다. 특히, 예리한 크로스가 일품. 임 감독은 “상대 코트에 자리를 잡은 장신 선수의 머리 위로 공을 띄워줄 때 정말 짜릿하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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