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算’신선우 감독 수읽기 ‘감독들 무덤’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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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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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 새 사령탑으로 컴백… 오늘 KT&G와 첫경기

신선우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장(54·사진)은 현대 감독으로 있던 1997시즌 8개 팀 중 7위에 처졌다. 당시 현대는 이상민 조성원 김재훈 등 주축 선수들이 일제히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한꺼번에 병역을 마치게 한 뒤 전력을 끌어올린다는 게 신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의 구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현대는 이들이 복귀한 1997∼1998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런 신 감독이 올 시즌 바닥을 헤매고 있는 SK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낙점 받았다. 신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김진 감독의 후임으로 25일 SK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 기간은 2012년 5월까지.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 우승 청부업자와 감독의 무덤

신 감독은 현대와 KCC 시절 역대 최다 타이인 3차례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정규시즌 최다승(334승) 기록도 갖고 있다. 주희정 방성윤 김민수 등 호화 멤버를 보유하고도 최근 1승 15패를 기록하며 2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SK로서는 신 감독 같은 화려한 경력의 지도자가 절실했다.

SK는 1997년 창단 후 5명의 감독 중 계약 기간을 채운 사령탑이 최인선 감독 한 명밖에 없었다. 프런트의 간섭이 심하기로도 유명하다. 스타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외출 금지 명령에 프런트의 허락을 얻어 숙소 밖으로 나갈 만큼 질서가 없었다. SK는 최근 7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른 적이 한 번에 불과하다. 최고령 사령탑인 신 감독은 “기회를 준 SK에 감사드린다. 임기 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불꽃 튀는 지략 대결

신 감독의 별명은 신산(神算)이다. 계산이 빠르고 지략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현대와 KCC 감독 시절 규정을 절묘하게 이용해 선수 보강 같은 실익을 챙기기도 했다. 2004년 임대선수로 R F 바셋을 영입해 KCC를 정상으로 이끈 게 대표적이다. 신 감독은 26일 KT&G와의 경기에서 SK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약체 KT&G를 상대로 복귀 시점을 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 시즌 상위권에는 유달리 두뇌 회전이 비상한 감독들이 포진한 경우가 많다. 선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수가 많다고 하여 ‘만수(萬手)’로 불린다. KT 전창진 감독은 선수 장악력과 비상한 작전을 앞세워 ‘타짜’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 명장으로 군림한 신 감독이 후배 지도자들과 맞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흥미롭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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