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꿈 위해…” 1년에 절반 해외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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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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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종목 선수들 고난의 ‘밴쿠버 가는 길’

훈련… 대회… 훈련… 대회…
스키점프-루지등 일부종목
올림픽 직전까지 강행군

“외국생활 너무 길어지니
여친도 제대로 못사귀죠”


스키점프 대표팀 김흥수 코치(29·하이원)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봅슬레이 강광배 감독 겸 선수(36·강원도청)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요즘 모두 해외에 나가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서다.

바야흐로 동계스포츠의 계절이다. 동계 종목 선수들에게 겨울은 기나길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각종 대회에 참가하거나 지루하고 힘든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 올림픽 출전 위해 설날도 외국에서

일부 종목은 이미 밴쿠버행 티켓을 땄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19·고려대)와 곽민정(16·군포 수리고)은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티켓 2장을 획득했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달 북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남녀 4종목 출전권을 모두 획득했다. 알파인 스키 4명과 크로스컨트리 남녀 1명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서정화(19·사우스캐롤라이나대)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19·한국체대)도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하고 국내에서 맹훈련 중이다.

그러나 아직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종목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스키점프 대표팀은 한 달 넘게 유럽을 돌며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대표팀 4명 중 2명만 출전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 나머지 2명도 출전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봅슬레이는 4인승 종목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거의 확정된 상태. 하지만 2인승은 20일 끝나는 아메리카컵 6, 7차 대회에서 추가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면 내년 1월까지 해외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 일단 외국에 나가면 2∼3개월

동계 종목 대표팀 대부분은 10월부터 해외 전지훈련과 대회 참가를 병행해 왔다. 눈이 내리지 않는 시기에도 유럽이나 북미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나간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각종 대회에 참가하느라 올해 24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해외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일반인 같은 생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한 선수는 “외국에 2개월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한 달 남짓 국내에 머물다 다시 외국에 나가는 생활이 반복된다”며 “이 때문에 여자친구도 제대로 사귀어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무는 스키점프의 강칠구(26·하이원)는 “호텔에 오래 머물다 보니 주인이 특별히 이것저것 챙겨줄 정도”라며 “한국에 있는 친구와 연락을 하는 것도 비싼 국제전화보다 e메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김흥수 코치의 어머니는 “아들이 오면 이제는 손님 같은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동계 종목 선수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생활은 접을 수 있지만 올림픽 출전이라는 큰 꿈은 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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